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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Apr 11. 2024

히어로를 만나기 위해

임영웅콘서트 피케팅으로 효도하기

2년 전부터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 어젠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자, 트로트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 예매가 있던 날이었다.


휴대폰 3대, 노트북 2대로 30분부터 대기 중이었다. 예매시작 시간은 '20:00'

인터파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부터가 더뎠다. '이런. 접속부터가 힘든데.'

느릿느릿 접속 창이 넘어갈 듯 말 듯. 겨우겨우 넘어갔다.

기다리는 동안 임영웅 님의 미담과 콘서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엄마가 술술 풀어내셨다.


"아. 이번에 꼭 콘서트 돼야 된다.

 무려 상암 축구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임영웅이 아마추어 축구단 '리턴즈 FC' 단장이잖아.

 그래서 축구인인 만큼 잔디를 보호해야 돼서 스크린도 잔디 없는데 설치한데.

 시야 가림석엔 절대 예매하면 안 된다. 테이블석은 아니더라도, VIP석이나 R석이 돼야 해."


2년 전만 해도 엄마는 그냥 임영웅 노래에 마음을 위로받고, 그저 음악이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첫 서울 콘서트부터 VIP 석으로 콘서트를 보러 다니셨다. 난 그때까지 내가 금손인지 몰랐다. (깨알 셀프 자랑을 해보려 한다.)


바야흐로 콘서트 티켓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헤매던 시절이었다. 콘서트 티켓이 10분 만에 매진되는지도 몰랐던 시절. 대기 인원 5천 명 안에 들면서 튕기지 않고 예매에 성공했다. 그리고 창원, 부산콘서트를 다녀오셨다. 티켓은 1장이어서 임신했을 당시 기다리기 심심한 엄마와 함께 기념품 굿즈도 사러 다니고,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엄마는 작년엔 무려 서울 찍고, 대전, 대구, 부산, 고양 무려 5군데, 광주 빼고 콘서트를 전국 방방 곡곡을 다니셨다. 나는 팬클럽 가입 안 하고 그냥 노래가 좋다고 하시더니, 콘서트에 한번 빠지시더니 매번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게 큰 행사가 되었다.


어제 20:00 스타트. 대기 인원이 엄마 폰으로 5천 명, 내 폰으론 20만 명, 노트북으로 4만 명, 남편 폰과 노트북은 접속 불가에 그 후엔 30만 명이 되었다. 남편은 일찌감치 포기. 엄마 폰에 희망을 걸었다. 사전에 카카오 페이 결제까지 연습한 터라. 튕기지만 않으면 될 거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다. '이게 뭐라고! 마음 졸이고 기다리다니' 5천 명에서 4천 명, 1명이 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갑자기 500, 400, 200, 갑자기 1 하더니 좌석 결제 창까지 보였다. 보안문자를 치고 들어가 좌석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자리가 많아 우왕좌왕. 손끝에 힘이 어찌나 들어갔던지. VIP 좌석을 찾아 눌렀다.! 브라보!!! 결제창까지 성공!!!


우리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짝짝짝 박수를 쳤다! 어제 엄마 생신이었는데 생일 선물로 최고지!

(찐 칠순 선물은 따로 있지만. ㅎㅎㅎ)


그러던 중 내 노트북도 인원 수가 줄었다. 4만 명에서 2만 명까지 줄었다. 희망을 가져볼까. 남은 좌석을 보니 가능성이 있었다.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다가 친구 엄마도 임영웅 님의 팬인걸 알았다. 친구에게 어머님 임영웅 콘서트 한번 보내드리는 건 어때? 하며 운을 띄었다. 친구는 엄마가 소심해서 콘서트 같은 거 가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그랬어. 콘서트는 꿈도 못 꾸었지. 그런데 한번 가시고 난 다음에 계속 가셔. 그리고 콘서트 한번 갔다 오면 5년은 어보여."


 친구에게 이번 콘서트 예매 일정을 알려주었는데, 친구는 예매 안될 것 같다고 뜨뜻 미지근했다. 어차피 안 가신다고 해도, 엄마가 아시는 분들에게 표를 양도해도 되니까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인원수가 줄어들어 자동으로 접속되었다. VIP석을 노렸는데, 눈을 씻고 봐도 누르면 사라져 버려 안전하게 2층 R석을 둘러봤다. 시야 가림석 아니고 좋은 자리들이 많았다. '콘서트 예매 2년 차 짬밥이라는 게 이런 건가'


노트북엔 ISP나 결제를 안 했더니 버벅 거렸다. '앗! 이러다 놓치겠어.' 후다닥 지갑을 찾아들고 카드 번호를 찍어댔다. '두구두구 제발 튕기지 만 말아라!' 극적으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티켓팅이 아니라 피 말리는 피케팅이지! 티켓 두장을 손에 쥐었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나 티켓 2장 예매했어! 어머님 가실 건지 여쭤봐!" 친구가 어린 아기를 재우고 뒤늦게 카톡을 보고 어벙벙했다. "엄마한테 여쭤볼게." 친구의 어머님은 일을 하시는데, 일을 조정해서라도 유명가수 콘서트에 가시겠다고 하셨다. 대박! 마음속으로 '어머님들에게 임영웅 님은 어떤 분이 실까. 어떤 분이 시길래 이렇게 보고 싶어 하시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빠르게 티켓 구매, 부산에서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까지 두 자리 예약했다. 친구 어머님은 부산 지역이 아닌데도 택시를 타고 오시겠다는 게 아닌가.


시대예보 책을 읽으며 유명 연예인 티켓팅에 수강신청으로 단련된 자녀들이 티켓팅하는 내용이 언급되었다. (그 단락을 읽으며 흐뭇해했었지.)


피케팅을 끝내고, 축하 겸 치킨 한 마리를 시켰다. 치킨이 오기 전까지 곰곰해 생각해 봤다.

K 엄마들에게 임영웅 님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연예인이든 누구든 좋아서 푹 빠져 본 적이 있던가?

열광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나?

매일매일 출석체크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투표 1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가?

기계치에 유튜브도 잘 보지 않던 엄마가 스밍까지 하고, 구독 좋아요를 누르게 할 만한 매력은 무엇인가?


올해 엄마의 칠순인데, 임영웅 님 덕분에 10년은 더 젊게 살아가는 엄마를 응원한다.

"엄마! 건강하게 살아! 그래야 내가 또 콘서트 보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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