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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글 Jul 16. 2022

공감과 위로에 대한 생각의 전환

과한 진지함과 무거움을 걷어내고 나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

최근, 특히 이번 주 아주 가깝게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아파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네 카레니나>의 서막과 같이, 각기 다른 이유들로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까운 친구들과는  거리에 떨어져 있기에, 이전과는 달리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려웠다. 각각의 이야기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것이 맞는지, 밥은  챙겨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과 미국 서부의 16시간 시차 때문에 전화 상으로나마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감이라는 게,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나는 거의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공감은 차치하고, 소통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나는 100 만큼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언어와 표현력의 한계, 그리고 그 순간 매몰된 나의 시야 때문에 75밖에 표현해내지 못하고, 그리고 적확하지 않았던 표현, 또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적 맥락 속에서 10 정도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그 마저도 듣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경험을 총칭하는 배경의 차이, 인내심의 한계, 궁금증 부족 등의 이유로 남은 65중에 25가 다시 깎여나간다. 100을 말하고자 했으나, 많이 쳐 줘 봐야 40 정도가 의도대로 전달이 된다는 시니컬한 이론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을 어떻게 공감을 하겠는가. 그래서, 감히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는, 내가 겪어본 적 없고 상상이 안 가는 힘든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보통 입을 다무는 쪽이었다. 진지하게 들었지만, 그런 고민에 대해 어떤 이야기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고자 했고, 만약 나에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험이 있다면 내 경험을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공유했다. 힘내, 다 잘 될 거야 같은 말이 너무 얄팍한 위로 같아서 그런 말조차 잘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응원해서, 그리고 마음을 많이 쓰고 있어서, 역설적으로 내 위로는 더욱 사람들에게 잘 나아가지 못했다. 표현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닿을 수도 없었다. 현재의 나는 그 힘듦과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 또는 내가 뾰족한 해결책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감히 거들먹거리며 그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나에게 힘든 상황을 터놓는 이들도 내가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없다는 점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도 똑같다. 내가 힘든 점이 있어서 위로를 받고자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서 이야기를 하는  아닐 테니까. 그럼에도 내게 온기를 느끼고 싶어 먼저 다가온 것이라면,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 내지는 해결책이 아니라 따뜻함  수도 있겠다는 생각의 변화가 최근 있었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부끄럽게도  마음속 깊숙하게  깨달음이 울림으로 다가온  없었고, 그동안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했다.


위로는 아주 무거운 방식이 아니라, 기분 전환할래? 하면서 가볍게 떠나는 드라이브, 축 쳐져 보여 단 것을 사 왔다고 초콜릿을 내미는 손길, 밥은 먹었냐는 다정한 말 한마디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 위로를 생각하느라 그 어떤 위로도 주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아직, 많이 서투른 갓 어른이다.


그래서, 최근 이렇게 저렇게 여러 시도를 해보며 조금씩 reach out 해 나가고 있다. 조금의 온기라도 보태고 싶은 이 마음이 서툴게나마 닿았기를.


그리고 힘에 부치는 매일을, 한 주를 또 잘 버텨줬음에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조금만 더 버티라고, 좋은 날이 올 거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짐이 너무 무겁다고, 두 손 가득한 짐을 좀 같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다. 곧 한국에 잠시 들어가는데, 빨리 그대들에게 물리적으로도 닿을 수 있기를!

 



사진은 개인적으로 너무 큰 위로를 받은, Crissy Field에서의 일몰이다. Cotton Canty Sky(솜사탕 하늘)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정말 딱 어울린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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