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읍, 흐읍
스읍, 흐읍
불안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잡다한 생각이 괴롭힐 때, 복식호흡이 꽤나 도움이 된다. 드문드문이라도 해 온 요가 덕에, 일상적으로 복식 호흡 연습을 하면 좋다는 의사의 말에, 이렇게 자주, 또 습관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장마인지 우기인지 궂은 날씨 탓인지 뭔지 마음이 흔들리던 날. 되도록 집 안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은 날. 아이랑 같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던가, 잠깐 나가서는 비 온 뒤 젖어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요즘따라 자주 "아아줘(안아줘)"라고 보채는 통에 아기를 품에 안은 채였다.
잠깐 눈을 감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코로 들이마시고, 내쉬고~ 심호흡을 하는데, 하하, 그 숨을 아기가 비슷하게 따라했다. 아니 호흡을 따라했다기보다는 내 모습과 소리를 흉내 내는 거였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보면서 입으로 스읍~ 그런 소리를 내면서.
스읍, 흐읍.
순간 눈물이 왈칵났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는 게 주특기인 22개월 아기에게 그건 그냥 내가 하는 걸 따라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와 내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같이 숨을 쉬고 있다는 감각.
위로의 순간은 그렇게 갑자기 예상치 못한 때 찾아온다. 거창한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 작은 순간순간 덕에, 또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은 고단하게 견디며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찐으로 놀라고, 감동하고, 웃음이 나는 순간들은 분명 있다. 그 시간들을 잘 포착해 내서 어딘가에 모아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곡차곡 모아두면 보물상자가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