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뷰가 아니어도 괜찮아"
제주에 오고 나서는 바다 뷰 카페를 자주 다녔다. 햇살이 부서져 반짝이는 바다는 언제봐도 새로워서 자주 찾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재택근무로 제주에 와 있는 이 기간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의 카페들이 더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사람이 적고 여유가 있는 곳. 집이 아닌 낯선 분위기를 한껏 즐기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좋아진다. 나른한 점심 시간에 노트북을 들고 이동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애월에서 찾은 카페 '볼수록 제주' 가 그런 곳이었다.
애월 해안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카페를 지도에서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기대감 없이 다녀간 만큼 만족감도 컸다. 물메 초등학교 인근 주거지역에 주택처럼 자연스레 섞여 있는 첫인상 부터가 좋았다.
들어가보니 커피와 세종류의 쿠키를 팔고 있었다. 내부는 작고 깔끔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적어 일하기에 놓았다. 혹여나 글을 쓰거나 전자기기를 써야한다면 가게 가장 안쪽 테이블 자리를 추천한다. 콘센트가 구비 된 유일한 자리이자 카페를 오고가는 산책냥이의 쉼터가 같이 있는 명당이다.
충전기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라 어딜가나 콘센트 여부를 체크하곤 하는데, 젤 구석자리는 콘센트가 무려 두 곳이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조용한데다가 운이 좋으면 냥이랑 함께할 수 있다니.. 셀렘도 2배가 된다.
한참을 작업하다가 피로감도 풀 겸 주변을 돌아봤다. 마당 한 켠에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던 공간이 보였다. 조그만 숙소로 연결되는 길목이었다. 순하고 잘생긴 강아지가 있었다.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얌전한 녀석의 꼬리펠리가 조금씩 빨라진다. 수줍게 내민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 너무나도 편하게 눕는다. 이 녀석도 손님맞이 경력이 꽤 되나보다. 여간내기가 아니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슬슬 자리에서 이러날 무렵, 고양이 손님들이 문을 두드렸다. 치즈랑 고등어다. 카페에 걸린 스냅샷에는 분명 턱시도 냥이가 있었던 걸로 보아 산책냥이가 한두마리가 아닌 것 같았다. 고양이들이 자연스레 프론트에 가서 주인장과 인사를 했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끌리듯 냥이들 근처에 몇발자국 떨어져 앉았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으려하자 친히 다가와주는 착한 냥이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집사가 된 느낌이었다.
충분히 만짐 당해졌다 싶으면 조용히 일어나서 제 갈길을 간다. 시크한 고양이란 참 매력적이다. 할 일도 끝내고 예상치 못한 만남도 함께 했으니 하루가 알찬 기분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었다. 푸른 제주 바다뷰가 아니어도 이 카페가 마음에 든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푸른 바다 뷰가 아니어도 괜찮아"
by.yoyoyo
* 위치 : 애월읍 하소로 154-1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