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제주의 정원을 만났다”
정원사의 정원이 있다고 해서 서귀포를 다녀왔다.
'베케'라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카페인데 이미 유명한 곳인 듯했다.
작은 오솔길 같은 입구를 지나면 카페가 나온다. 초입에 삼삼오오 조성된 꽃들에서 정원사의 감성이 느껴진다. 이름 역시 제주의 정원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베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제주 사투리인데 이런 뜻이라고 한다.
[베:케]
쟁기로 농사 짓던 시절.
밭을 일구다 나온 돌을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어
명암이 대비되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실내에 머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음료와 디저트 가격은 좀 센 편이지만 분위기에 값을 메긴다고 치면 감수할만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잠시 머무르는 동안도 눈이 지루하지 않았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사람 적은 테라스 석으로 이동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포토존으로 손색없었다. 파스텔톤 꽃과 나무를 보며 카페의 사계절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인 공간. SNS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장소가 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인생 샷 1-2장쯤 건질 수 있다. 날이 맑을수록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사진이 더 잘 나온다. 카페를 떠날 때쯤 인파가 늘었는데, 유일하게 대기줄이 생겨나기도 한 장소다.
산책로 군데군데에는 작은 테이블들이 자리 잡고 있다. 테이블 간 거리도 널찍해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눈이 편안해지고 입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문득 이 풍경이 참 소중하단 생각이 스쳤다.
올해 초 회사 출퇴근을 할 때만 해도 이런 정원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도 길어 퇴근하고 나면 방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도 큰맘 먹고 아침 일찍 움직여야 나들이가 가능했다. 심지어 나는 뚜벅이었어서 멀리 가는 건 더욱이 쉽지 않았다. 재택을 시작하고 제주에 오고 나서야 일과 삶의 균형이 자리 잡히는 기분이다.
덕분에 나는 오늘 제주의 정원을 만났다.
"제주의 정원을 만나다"
by. yoyoyo
* 위치 : 서귀포시 효돈로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