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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yoyo Nov 29. 2021

커피보다 고양이! 오로지 고양이!

바람이 지나는 제주 산천단 '바람' 카페

"이 녀석은 까매서 이름이 다크예요"


어느  애교쟁이 길냥이를 만난 뒤부터 고양이에 대한 무서움이 사라졌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까지 살던 동네 공원에서는 어른과 아이들, 고양이가 어울려 살았다. 윤기 나는 털 결만 봐도 사랑받는 고양이들이라는 게 느껴졌다. 산책을 나가면 길냥이 한두 마리가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발목을 감으며 만져 달라 애교를 부렸다. 간혹 동네 어린 친구들이 다가와 고양이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중 가장 덩치  냥이 이름이 다크였는데, 사람의 손길을 참 좋아했다. 그때부터인가 고양이가 좋아졌다.


커피보다 고양이


한라산 중산간에도 이렇게 고양이를   있는 카페가 있다.


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첨단로는 벤처와 IT기업이 몰려 있어 가볍게 테이크 아웃되는 카페들이 주를 이룬다.  중턱에 위치한 탓에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접근성도 떨어져 유동 인구마저 적다. 그런 곳에 고양이를 만날  있는 카페가 있다. 하물며 깊숙이 들어가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 자리 잡은, 그곳이 바로 바람 카페다.




너,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한라산 산천단에 위치한 허름한 카페. 나름 오래전부터 있던 곳이라고 한다. 외관부터가 시간과 바람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 수더분한 느낌이 편안한 사람들이 들르는 듯하다.


수더분하고 제멋대로인 외관
그리고 세상 편한 고양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장사가 유지되는 데에는, 길냥이의 힘이 크다. 이 모든 영역이 다 제 집인 양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녀석들에게는 누가 오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나는 이가 제 자리를 침범하지만 않으면 붙박이라도 된 냥 한가로이 하루를 즐긴다



사람과 놀아주는 착한 아기 고양이

 


  고양이사람과 살짝 거리를 둔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떤 녀석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장님이 다가와 귀띔을 해줬다. 그럼에도 먼저 다가와주기 전까지는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반면, 아기 냥이들은 호기심이 낯섦을 이기나 보다. 작은 움직임에도  호기심에  이겨 슬금슬금 다가온다. 한껏 사냥 자세를 취해보는데  하찮미가 마냥 귀엽다.


드릉드릉, 사냥 준비중



사장님이 구비해둔 각종 장난감 근처로만 갔을 뿐인데, 같이 놀고 싶어 안달이 난다. 낚싯대 살짝 흔들자 카페 안에 있던 모든 아기 냥이가 잡힌다. 머뭇거리던 손짓이 더 빨라질 때마다 냥이도 신나고 나도 신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놀이 본능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정말 시간 가는  모르겠다. 점차 마음이 리는지 무릎이나 어깨에도 오른다. 사장님 조차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한마디 거든다. 왠지 뿌듯하다. 이쯤 되면 아기 냥이들이 나랑 놀아주는  같다.


몸을 타고 오르는 아기 냥이를 슬쩍 만져보는데  뒤가 따갑다.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가 주시하고 있다.


미안해, 그치만 너무 귀여운 탓이야!’

사람과 너무 가깝거나, 손이   같으면 새끼들에게  번씩 주의를 주는데 내가  눈치가 보인다. 안전하다 느끼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지켜보는 엄마 속도 모르고 아기 냥이들은 지치질 않는다.


이렇게 누워있다가도, 이따금씩 아기 냥이를 보러 카페에 들린다.


그러고 보니 커피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최근 다시 브런치에 글을 송고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제주 사진을 한 장씩 보내다가, 글로 남겨보라는 조언을 듣고 시작한 일이다. 애초에 글쓰기를 목적으로 사진을 찍은 게 아니었기에, 사진첩에는 내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장 인상 깊은 순간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예쁘게 놓인 메뉴 샷 한 장쯤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한 장도 없었다. 커피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양이의 승리다.






"커피보다 고양이! 오로지 고양이!"

by.yoyoyo


* 위치 : 제주시 516로 3041-15


#제주까페 #바람카페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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