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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yoyo Dec 06. 2021

수제 아로니아 젤리 폭망기

"너 정체가 뭐니..?"

네가, 아로니아 젤리?!

젤리인가.. 선지인가.. 너, 정체가 뭐야?


시작은 포도젤리였다


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렸다. 텃밭 귀퉁이 한 그루뿐인 포도나무에 꽤 많은 포도송이가 열려있었다. 햇볕 아래에서는 꽤 먹음직해 보였는데, 이번 해는 제주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달콤 보다는 새콤한 맛에 가까웠다. 그냥 먹기에는 아쉬워서 한천을 사서 젤리 만들기에 도전해보았다.


* 재료 : 텃밭 포도, 설탕, 한천가루, 레몬즙

젤리 만들기의 올바른 예

하리보만큼의 엄청난 탄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제법 괜찮은 맛과 식감이었다. 결과는 탱글탱글 성공적이었다.


아로니아 젤리 폭망기의 시작


생각보다 괜찮은 포도젤리 퀄리티에.. 스스로 금손임을 자부하며 하나 더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도전이었다.


대망의 아로니아 젤리!

아로니아는 영양소가 풍부한 반면, 떫은맛이 있어 새나 벌레조차 탐내지 않는다. 텃밭 초보가 기르기 좋은 과실수 중 하나다. 공수 없이도 많은 양의 열매를 수확 가능하다. 딱 하나 안타까운 점은 그 떫은맛 때문에 사람도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덕에 1) 집에는 아로니아가 꽤 많았고, 2) 재택근무 중인 나는 퇴근 후 남는 것이 시간이었고, 3) 포도 젤리가 성공했다는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 한 번 더 젤리에 도전했다.


* 재료 : 텃밭에서 딴 아로니아, 설탕, 한천, 레몬즙


수확한 아로니아


1. 아로니아 즙 내기 

아로니아를 블랜더로 갈아준다. 적당한 용기가 없어 유리병에 놓고 갈았는데,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선지 젤리의 서막

살펴보니 아로니아 과육이 곱게 갈리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2. 단맛 내기

떫은맛을 잡기 위해 설탕을 넣어 끓여주었다. 쨈을 만들듯 저어주다 보면 아로니아의 수분이 줄고, 설탕 단 맛이 스며들어 맛있게 졸아든다. 끝에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려 주면 좀 더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예상과 달리 저으면 저을수록 색이 짙어졌다.

음? 기대했던 색이 아니다.


상상했던 불투명한 과즙이 아니다. 걸러지지 않은 껍질이 더해져 냄비를 물들이는 게 조금 무서웠다. 지옥 수프 느낌이 들었다. 멈출까도 싶었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


아로니아 소용돌이



3. 한천가루 첨가

그다음은 따뜻한 물에 녹인 한천가루를 준비한 아로니아 과즙과 섞어주고, 식혀주면 조리는 모두 끝이다. 적당한 용기에 골라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탱글탱글한 젤리가 된다.


아니다. 탱글탱글한 젤리가 되지 않았다...

충분히 식지 않았나 싶어 냉장고에 하루를 더 넣어 뒀지만 촉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자르기 무서웠던 완성샷 ㅋㅋㅋ


'아... 이게 뭐지?' 낯설다. ㅠㅠ

'예쁘게 자르면 살릴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며 수습해보았다. 그 와중에도 젤리는 자르는 손끝에 서걱거림이 전해졌다. 제일 깔끔하게 잘린 녀석들로 플레이팅 해보았다. 심폐소생술이 무색하게 더더욱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음???????



하나 집어 먹어보니 젤리와 쨈 그 중간쯤의 식감이다. 존재감은 어찌나 큰지, 젤리를 집을 때마다 손끝이 아로니아 색감으로 물들었다. 혹시 몰라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며 권해보았지만 '설마 선지냐?'라는 물음 뿐, 선뜻 먹어보겠다는 사람조차 없더라. 결국 젤리는 냉장고 한편에 넣어두어야 했다.


영영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아..

이건 좀 그럴싸 하다

도무지 양이 줄지 않아, 머리를 굴린 끝에 지금은 이렇게 먹고 있다. 쨈처럼 빵에 발라 먹는 용도로!




"그나저나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어쩌나"

by. yoyoyo


#젤리만들기 #포도젤리 #아로니아젤리 #폭망기 #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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