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옥토버페스트, 피나코테크미술관/축제의 밤 27 Sept 2024
살짝 햇살이 비쳤던 둘째 날 아침.
느긋하게 차 한잔 준비해서 마시면서 천천히 아침을 준비했다. B 양의 집은 높은 층수가 아님에도 주변 건물들이 낮아 탁 트이게 하늘이 보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구름과 햇볕이 섞여 오묘한 느낌을 연출했던 하늘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마침 기상한 B 양이 간단한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 마시러 시내로 출발. 도이칠란드 티켓이 있는 나는 뮌헨에서도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비도 안 오고 날씨가 조금 쌀쌀하지만 걷기 나쁘지 않은 가을 날씨기에 목적지인 카페까지 천천히 도시 구경하며 걸어갔다.
가을이 오며 여기저기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뮌헨의 풍경들.
오늘의 카페 역시 테이크 아웃을 중심으로 하는 조그마한 가게. 직접 로스팅 한 원두도 판매하는 듯했는데, 주인분도 친절하고 다 좋았으나 커피가 내 입맛에 너무 맞지 않았다.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는데, 특유의 고소한 우유 맛도 느껴지지 않고, 커피 맛 자체가 너무 (맛없게...) 썼다. 이건 원두 탓이라기보다는 커피를 잘 못 내린 거라고 생각되는 정도. 뮌헨에 나름 스페셜티 커피나 로스팅 카페가 많아 기대를 했는데, 다들 내 입맛에는 영- 맞지를 않았던...
뮌헨에 벌써 세 번째 방문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이미 이곳을 잘 알거나 리드하는 친구들을 따라다녀서 부분부분 기억이 나지만, 가는 길이나 뮌헨의 전체적인 도시 풍경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저녁에 A 군을 만날 때까지 시간이 여유가 있어 피나코테크 모던 미술관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역시 걸어서 30분 내외라 도시 구경할 겸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확실히 베를린보다는 옛 건물들도 많고, 조금 더 독일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엿보이는 뮌헨. 뮌헨에 이제 겨우 세 번째 방문이고, 이틀째일 뿐이지만- 왠지 난 역시 베를린이 더 좋다 ㅎㅎ
미술관에 가까워지자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최적의 타이밍.
이미 6년 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들렀던 곳이지만, 그동안 기획 전시도 바뀌었고- 고전 페인팅에는 그다지 관심이 크게 없어 현대 미술관을 둘러보기로 결정.
건물이 참 독특하게 생겼다. 입장료는 알테 피나코테크와 묶어 방문하면 조금 더 저렴한 듯하지만, 현대미술관만 보는 것은 10유로. 로커에 짐을 잠시 맡겨두고 둘러보기로 했다.
로커는 모두 동전이 필요하다. 사물함 스타일은 2유로, 사람이 직접 받아 보관해 주는 것은 1유로.
근현대 미술작품들부터, 디자인, 주얼리에 특별 전시까지- 각각의 전시장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특색이 있고, 구석구석 볼거리가 은근히 많았던-
건물 구조가 꽤 복잡해서 벽면에 있는 층 안내 도면이나 가이드 리플렛을 보며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동선이 보기 아주 편하게 돼있지는 않아서 자칫 전시의 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마침 진행 중이던 알무트 하이제 (Almut Heise) 특별 전시. 회화적이면서도 너무나 그래픽적인-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페인팅 스타일보다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워 보였던 작품들. 개인적으로 전시가 너무 좋았다.
꽤 규모가 있어서 그리 꼼꼼하게 보지 않았는데도 2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미술관 샵 규모도 꽤 있어서 다양한 아트 디자인 관련 도서들과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미술관을 나설 때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해서 트램을 타고 다시 시내로 컴백.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금요일 오후 시간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들 실내로-
뮌헨에 우리나라 꽈배기 도넛과 비슷한 맛을 내는 빵을 판매하는 곳 (Schmalznudel - Cafe Frischhut)이 있다고 해서 요기도 할 겸 잠시 들렀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실내는 이미 만석. 약속시간까지 시간도 애매하게 남아서 급하게 도넛 하나만 테이크아웃을 했다. 급히 포장하느라 아쉽게 사진이 없는... 도넛은 하나에 3유로, 구입을 하니 설탕을 묻혀줄지를 물어보는데 설탕까지 한번 묻히면 완전한 한국식 꽈배기 맛 완성.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도넛 한 입 베어 무니 온기가 도는 듯하다. 걸어가며 급하게 먹어서 사진이 없는 게 아쉽... 다음에 또 방문하면 꼭 실내에 자리 잡고 앉아서 커피랑 먹어봐야지.
A 군 회사에서 테이블을 예약한 텐트는 Fischer Vroni라는 통으로 구운 생선을 판매하는 것이 시그니처인 텐트이다. 다행히 텐트에 와 갈 때쯤 비가 그 처서 예약시간까지 A 군과 그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정말 인파로 꽉 찼던- Fischer라는 컨셉때문인지 밴드가 있는 무대가 뱃머리로 디자인돼있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규모와 인파가 엄청났는데, 사진이 그게 다 담기지 않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
아직 저녁식사시간이라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얌전히 앉아 식사하고 맥주를 마셔서 이 텐트는 파티 텐트는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A 군 왈 : 저녁 식사가 끝나가는 7시 정도부터 앉아있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 거라며...
식사를 마칠 때쯤 하나둘씩 벤치에 올라가 서서 맥주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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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ㅎㅎ
텐트가 흥겹지만 미친 파티 분위기까지는 아니라서 좋았다. 조금 흥겨운 콘서트 같은 느낌? 그래도 다들 벤치 올라가서 맥주 마시고 춤추고-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볼법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즐거웠던!
한 가지 부작용은 1리터 맥주컵이 꽤 무거워서 다음날 맥주컵 손잡이를 끼고 있던 손등에 멍이 들었던...
그래도 누군가 또 옥토버페스트에 가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시 갈 것 같다 ㅎㅎ
물론 정말 미친 파티 텐트는 별로 가고 싶지 않...
보통 텐트는 11시쯤 문을 닫는다.
신나게 놀고 왠지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서 친구랑 관람차에 탑승해서 옥토버페스트 전경을 눈에 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의 둘째 날 전리품들.
옥토버페스트 텐트 티켓과 입장 팔찌, 그리고 미술관 입장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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