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 팀 동료와 업무 이야기를 할 때였다.
계속 일 관련 대화만 한 것 같아 대화 끝에 요새는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물었다.
그랬더니 "어제 사실 잠을 잘 못잤다"고 하는 게 아닌가!
어려운 일이 있었나 하고 왜인지를 물어보니, 다름이 아니라 그 전날에 있었던 전체회의 때문이었다. 회의 중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돌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괜히 쓸데 없는 말을 한 것 같아 후회가 되어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고 했다.
그 회의는 큰 규모이기는 했다. 회사 사장님도 같이 들어와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었고, 안건 중에 조직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는지를 사장님이 전체 직원에게 물었다. 늘 그렇듯이 대부분은 조용하게 앉아 있었지만, 그 정적을 뚫고 동료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소신발언을 했다.
전혀 마음에 둘 필요 없다고, 좋은 생각이었다고 격려를 건넸지만, 나였어도 충분히 그런 기분이 들었을 것 같이 공감이 되었다. 특히 평가가 중요한 직장생활에서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가끔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를 계속 곱씹게 되니까.
그런데 그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재미있었던 건, 사실 난 이미 그 시점에 그 회의에 대한 내용을 홀랑 다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친구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앞 부분만 조금 기억이 날 듯 했는데, 그 마저도 '좋은 포인트네'라고 스쳐 지나가듯이 생각하며 뒷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혼자서 공상을 했었던 것 같다. (-_-);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개인 사업가 Ramit Sethi는 지난 20년간 사업을 하며 배운 여러가지 레슨을 공유했는데 (유튜브 링크), 그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We're (nothing) but a moment to others' day"
그는 손수 작성한 뉴스레터를 매 주 고객에게 보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지난 번에 보낸 내용을 똑같이 그대로 몇 천명의 구독자에게 보냈다. 이메일을 받은 고객들이 불만을 가득담은 답장을 보낼 걸 예상하며 노심초사 하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때 깨달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나의 뉴스레터에 대해, 내가 쓰는 글에 대해, 하루 중 아주 잠시만 생각할 뿐이라고.
나는 나만 보고 있으니 내 단점도, 내 실수도 크게 보이지만 타인의 인생에 나는 고작 몇 초일 뿐이다. 설령 엄청나게 바보같은 뭔가를 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나를 5초 이상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Ramit의 레슨을 나만의 표현으로 바꾸어 기억해 본다.
그래서 제목의 정답: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5초다"
그 5초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