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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yoon Jan 19. 2018

내륙 국가의 보물, 우유니를 만나다

Salar de Uyuni, Bolivia


볼리비아의 바다, 우유니

  페루,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내륙 국가 볼리비아. 이곳에는 바다가 존재하지 않지만 세계인이 사랑하는 소금사막이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이번 여행은 직장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는 페루인 아드리안, 멕시코와 벨기에 혼혈 까렌, 프랑스 북부에서 온 셀리아, 그리고 나의 베프 중 한 명인 미시시피언 매들린과 함께했다.

 

 우유니로 가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선택한 루트는 칠레 북부에 위치한 산 페드로 데 아따까마를 지나 볼리비아로 입국하는 지프차를 타는 것이었다.  이 경로는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이어지는 길의 아름다운 광경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4박 5일간 흔들리는 좁고 낡은 지프차에 몸을 구기고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젊은 날의 친구들과 함께라면 꽤나 로맨틱한 경험이지만, 아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한다면 크게 추천하지 않는 루트다. 어쨌든 비행기를 타지 않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산사태가 나서 일정이 반나절 정도 늦춰지기도 했다.


 가는 길에 펼쳐진 호수와 그 위를 거니는 플라멩고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연분홍색의 플라멩고들은 보이는 것만큼이나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거나 인기척을 내면 금세 달아나버린다. 최대한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 담기 위하여 살금살금 움직이다 나는 그만 진흙탕에 두 발을 빠뜨려 버렸다. 우리는 한동안 한바탕 웃어제꼈다. 여튼 아래 사진은 결국 사진을 건지지 못한 날 대신해 매들린이 보내준 아름다운 플라멩고의 모습이다.

산 위의 눈의 모습이 구름이 걸린 듯하다

비슷한 길을 계속 달리다 보니 우리가 묵을 숙소가 위치해있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지 정말 궁금해지는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한 번은 슈퍼를 갔더니 꼬마 아이가 계산대를 지키고 있길래 부모님이 어디 계시는지 물었다. 잉카인의 얼굴을 한 그 아이는 수줍게 ‘집에 갔어요.’라고 대답했다. 집이 멀리 있냐고 물었더니 꽤 멀리 있다고 대답했다. 오늘은 맥주를 마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하면서 혹시 몇 분이나 걸릴지 물었다. 그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꽤나 신선했다. 5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5분 거리에 있는 집이 멀리 있는 것이라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관이나 세계관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여하튼 우리는 먼 거리에서 오는 가게 주인을 5분 정도 기다려서 맥주를 산 후 한 잔을 마시면 두 잔의 효과가 있는 고산지대에서  매들린의 미시시피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은 무조건 한국에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쏟아질 것 같은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에 들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작은 지프차 안에서 끝없이 달리다 보니 드디어 우유니 소금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하여 해보다 일찍 도착한 우유니 사막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흩뿌린듯한 별들과 우리가 탄 지프차의 소리가 아니면 아무런 소음도 빛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 속에서 우유니 소금 사막을 만났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소금사막은 그 고요한 몸집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해가 모습을 드러내며 불러오는 색깔들은 초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색채들이었다. 멀리 있는 산맥에 비치는 햇빛의 색과 그 배경을 물들이는 빛들의 조화는 마치 멀리 걸어놓은 수채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빛이 충분히 들어오자 우유니 사막은 하얀 바닥을 타고 이어지는 끝없는 육각형의 패턴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외에는 그 넓은 소금 사막에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얼마나 많을 텐데, 이곳은 얼마나 넓기에 우리만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지 궁금했다. 해방감 그 자체였다.

아무런 생각도, 소음도 없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처럼 보이는 소금들을 아작아작 밟으며 걸어 다녔다.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있는 곳은 우리의 모습을 온전히 반사시켜주었다.

바다 위를 걷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사진을 찍으면 마치 내가 바다 위에 서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지프차를 3박 4일 동안 몰고 온 볼리비아 아저씨는 갖가지 소품을 가져오며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다. 덕분에 여러 장의 재밌는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여행의 좋았던 점은,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그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광경을 보려면 당연히 치루어야 할 대가처럼 모두들 ‘no pasa nada(no worries)’의 자세로 소소한 불편함들을 한 잔의 맥주와 함께 넘겼고, 즐거워했다.  마음속에 여러 생각을 품고 산띠아고를 떠나왔지만, 그토록 하야디 하얀 소금사막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풍경들은, 이 모든 생각들이 너무나도 사소하다는 것을 깨우쳐주었다.


 지금 혼잡한 도시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곳을 날고 있는 플라멩고와 간간히 보이던 라마들, 그리고 일출과 일몰이 반복되며 색채를 입는 우유니를 생각하면,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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