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만큼의 수많은 자극을 받고, 이 자극의 일부는 스쳐 지나가고 또 일부는 감정으로 스며든다. 이런 감정은 몇 분간 머물다 사라지기도 하고 하루의 기분을 주관하기도 한다.
감정들 중에는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강력한 감정도 있다. 연인과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달콤하고 그만큼 파괴적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 외로움, 고독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특성, 결핍감을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교묘하게 사용된다. 사랑은 감정일 뿐, 그 감정이 내가 해야 할 일 나의 미래를 대신 준비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해결해야 할 불안정한 상황들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포장한다.
세상에서 나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은 마치 구름 위의 자유로운 세상에서 무얼 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행복한 천국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의 사소한 다툼은 구름에 가려져 있던 내 모든 현실 상황이 드러나 순식간에 지옥을 경험하게 한다. 이럴 때 보통의 사람은 서운하다는 감정으로 상대를 쏘아붙이곤, 다시 구름 위로 가기 위해 꽃을 사거나 선물을 주거나 여행을 함께 떠난다. 구름에 가려진 상황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연인에게 얻어야 할 부분을 착각하고 있진 않을까?
감정과 현실의 일을 분리해야 한다.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였다면, 나의 현실의 시간을 더욱 성실하고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 만약 현실의 일과 감정의 일을 분리 못하여 구름 위에서 끝난 연애는 연애기간 동안 미뤄졌던 나의 모든 일들, 그냥 흘려보낸 다시 오지 못할 시간들, 숨겨져 있던 외로움 등이 한꺼번에 덮쳐 상대방을 원망하고 지난날이 후회로 가득 차게 된다.
후회와 원망의 대상은 반드시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정작 자기의 할 일을 손 놓은 건 자기 자신이지 않은가?
정말 평생토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현재 함께 있는 것으로 자족하지 말고, 미래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며, 서로의 나침반이 같은 방향을 보게끔 조금씩 조금씩 맞춰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인생만큼 상대방의 인생도 위해줘야 한다. 나를 만나기 전 상대가, 나를 만나고 난 후 더 성장해 있길 바라는 성숙되고 넓은 마음으로.
이런 연애는 끝이 어떻든 그 연애를 되새겨 봤을 때,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할 의미를 남겨 줄 것이다.
가끔씩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대학생 커플이 결혼하는 사연을 보면 우리는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 이면에 그 커플이 수많은 감정, 관계, 미래 등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았을지 무의식적으로 가늠이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