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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y 11. 2022

내가 기둥이 되어 줄게!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나는 아이에게 몰입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안전과 적응에 신경 쓴다. 김기사를 자처하며 아이 등 하원을 함께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아이가 혼나지는 않았는지 곤란한 일을 겪지는 않았는지 재미있었는지 의견을 나눈다. 때론 어린이 집에 가지 않고 엄마와만 있는 것이 좋다는 날에는 등 떠밀며 억지로 등원케 하지 않는다. 아이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언제나 등원할 수 있도록 한다. 수시로 바뀌는 아이의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직 아이만 본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다.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노란 버스 타며 씩씩하게 손 흔들고 가는 모습에 대견하고 기특하고 감개무량했으니까. 문제는 이사 때마다 달라지는 어린이 집 관련 환경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최신식 시설이고 군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적응을 위해 함께 등 하원하며 본 풍경은 어린아이들을 군인 대하듯 했다. 두 줄로 반듯이 서서 걷고 울면서 등원하는 아이는 ‘그랬구나’ 달래는 것이 아니라 ‘뚝. 그만 울라고 했지. 이제 그치자.’ 단호했다. 교실에서 훈육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집 아이를 달래는 것을 보고 첫째 아이는 질겁을 하며 등원을 거부했다. 선생님이 무서워서 가기 싫단다. 원에서는 우리 아이가 혼난 상황도 아닌 데 왜 아이가 무섭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다른 반에 아이들이 다 차 있는 상황에서 반을 바꿔주지도 못하니 어떻게 하시겠냐 물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를 둘러싼 소문이 돌았다. 장교와 부사관 아이를 차별한다더라. 그중 군악대장 가족 아이만 예뻐한다더라. 또는 당시 친분 있는 엄마가 지나가는 말로 알렸다. 

“사랑이 괜찮아? 어린이 집에서 혼내는 눈치던데……. 애가 우는지 ‘사랑이 너 이제 그만 울어.’ 이러던데.” 


스쳐간 말이 사실인지 아닌 지 확인 여부를 위해 아이와 선생님에게 물었지만 둘 다 사실무근이다. 근거 없는 말은 한동안 내 안에 머물며 시달리게 했다. 매사 모든 것이 의심되고 아이가 안전하게만 생활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후로도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는 소문이 무성하게 달렸다. 주렁주렁 달린 소문과 예의 주시하는 눈빛 수십 개가 따라다녔다.


이사 다닐 때마다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어린이 집을 찾는 것이 숙제다. 보육에 신경을 써 주는 따뜻한 어린이 집을 만나면 다음에는 무성할 소문이 무섭다. 스치는 언어로 아이가 할퀴어지는 것은 아닌지 예민해졌다. 나는 괜찮다지만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이라면 촉각이 곤두선다. 지역마다 어린이 집마다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어린이 집 보육 철학까지 색깔이 다 달랐다. 잦은 이사를 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둥이 되어 줄 기준이 필요했다. 일정한 등 하원 시간, 육아 철학은 가정인 부모의 몫이어야 했다. 몸은 힘들지만 신념 하나로 적응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다.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적당한 몰입이 기둥이 되어주어 아이가 크게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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