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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Dec 03. 2022

추억에도 크기가 있을까?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건 어떤 걸까? 어딘가에 살아있지만 볼 수 없고 인연은 여기까지라서 볼 일 없는 사이. 이사를 다니며 돌고 돌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나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 사이.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고 연락 또한 서먹했던 사이. 추억에도 크기가 있을까? 추억에도 시간의 수치를 가늠해 줄 수 있을까? 알았던 시간이 짧다고, 깊이가 얕고 기간이 길다고 추억이 차고 넘칠까?


아는 건 찰나이고 몇 마디 나눈 것 같지도 않은 사람도 떠난 후 빈 공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만났던 시간이 짧았던 길 던 나누던 인사와, 안부를 묻던 문장들 사이 어딘가 마음을 내었다면 상대방이 떠난 후 빈자리의 공기는 텅 빈 마음을 확인하게 한다. 마음을 건네지 않았다면 허전함도 얇을까 싶지만 ‘안녕’이라는 두 글자에 건넨 마음의 무언가가 빈 공간으로 남는다. 이젠 익숙해졌지 싶다가 이사를 한 후 빈 집을 보면 휑하다. 가는 사람은 분주하지만 남는 사람은 떠난 빈 자리가 춥다.


꼭 남녀의 사이, 사랑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추억에 의한 외로움은 골이 깊을 수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의 친구라서 또는 나와 깊게 대화하지 않아서 흐릿할 것만 같았던 사이가 이사를 가고 난 빈 공간에서 허전함의 크기를 새삼 경험한다.


사이 (네이버 어학사전 검색 中.)

1.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2.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3.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여기와 거기가 독자적이지 않고 공간을 만들었다. 좋고 싫음을 공유하고, 너와 나의 의견을 나누었고, 비슷한 처지에서 느끼는 것들을 오롯이 공감했다. 다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공감대가 엮였고, 그로 인한 자신의 애씀을 공유했다. 그로 인해 웃었고, 그로 인해 함께 고민했고, 그로 인해 어우러졌다. 공유, 나눔, 공감, 소통, 공유 등.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대화와 만남과 경험을 통해 너와 나는 그 순간 하나로 일체감을 맛본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고 인사를 건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의 온기를 느낀다.


온기란, 말 그대로 따뜻한 기운이다. 사람이 떠난 빈 자리엔 온기도 식는다. 사라지는 온기만큼 허전함도 들어찬다. 허전함과 공허함, 외로움은 다른 색채지만 고독하고 혼자 추억해 본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는 건, 이별할 시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서로 각자가 이사는 해야 하고 또 이별하겠지만 만나는 순간순간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해야 후회가 없다는 걸 안다는 거다. 떠난 후 잘해줄 걸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거다.


있을 때 잘하자는 말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함께 있을 때는 모르지만 이별의 순간에서야 만나는 감정은 잘 해주었다 생각했지만 못 해 준 것만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이다. 만나고 표현하고 나타낼 수 있을 때 따뜻하게, 온기와 생기로 진심을 나누는 찰나에 ‘우리’가 있다. ‘우리’ 사이가 이사 후 다시 추억해도 미소를 띄울 수 있도록 진심으로 정성을 들인다면 후회도 외로움도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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