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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곰곰 Jan 13. 2019

공부하기 좋은 카페?그게 뭔가요

반강제적 집콕생활자가 되다

책상과 인터넷 없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덕분에 2019년에는 꾸준히 좋은 것을 읽고 쓰레기라도 쓰고 공부를 하겠다던 결심이 연초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친한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 가볍게 툴툴댔더니 한 명이 기가 막힌 해결책을 내줬다. 집에서 나와서 늦게까지 영업하는 카페에 앉아있으라고.


아주 좋은 생각이지! 커피와 간식은 물론 콘센트와 와이파이, 안정적인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카페. 생활공간과 분리된 공부공간. 카페 마감시간이 오기 전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투지로 불타오르는 순간집중력. 외출을 좋아하고 느슨한 환경에서 도무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의 선택지!!


이 동네에는 그런 카페가 없다는 것만 빼면.

정확히는 - 카페는 있다. 한국의 카페와는 많이 다를 뿐.


우선 테이블 사이 여유공간이 없다. 아늑한 배경음악도 없다. 대신 식사 메뉴판이 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라고 만든 공간보다는 레스토랑보다 조금 저렴한 식당에 가까워보인다. 이럴 거면 왜 카페라고 부르는지 의아해지지만, 한국에서 밥집이라고 부르는 가게들이 밥만 파는 건 아니니까 그려려니 한다. 하여간 혼자 커피 한 잔을 시켜다가 책을 펼치고 몇 시간 앉아있자면 구내식당에서 혼자 책 펼쳐놓은 마냥 뻘쭘해진다. 거기에 종업원이 눈치까지 준다면... 집중 안 되고 책상 없는 게 뭐가 문제냐.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마저도 일찍 문을 닫는다. 대부분 18시, 이르면 14시, 늦으면 20시. 밤 늦게까지 하는 카페는 주요 기차역 근처에서야 겨우 찾을 수 있다. 거리나 이동시간만으로 따지면 그렇게 끔찍하게 먼 것도 아니지만 - 한국에서는 최적의 카페를 찾기 위해 왕복 1시간정도는 투자할 수 있었다 -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 일단 교통비가 너무 비싸고,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어둡고 고요한 주택가를 끝없이 걷는 느낌이 싫다. 나는 밤 산책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단지 이런저런 가게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할 뿐이았구나. 처음 알았다.


별 수 없이 나는 집에 박혀 사는 데에 익숙해졌다. 언제나 외출을 사랑했기에 외출하지 않을 내가 우울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지내는 중이다. 하긴, 잘 못 지내면 어쩔 건가. 투정부린다고 스터디카페나 독서실 같은 마이크로 부동산 임대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닌데. 외국인으로 살면서 현지 문화를 뜯어고치려 드는 것 보다는 내 습관과 상식을 바꾸는 게 현명할거다. 카페에 나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카페가 없으면 집에서 공부하는 데 적응하는 거고.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상이 없으면.... 집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는 거고.


그나마 3개월 후에 책상(좀 더 넓은 식탁)이 있는 집으로 이사 할 예정이라 다행이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작은 선반에 핸드폰을 핸드폰 거치대에 얹어 놓고 블루투스 키보드로 에버노트에 글을 쓰며 5기가짜리 추가 데이터팩에 의지하는 생활도 3개월 후면 끝이다.


노트북아. 아이패드야.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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