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의 결론, 마취가 정말 무서운거라는걸 깨달았을 땐, 이미 난 캐나다에 와 있었다.
결혼에 있어서, 아니 연애에 있어서 장거리 연애와 결혼 전 짧은 연애 기간을 가장 조심하라고 들었는데,
'그게 나야, 두비두밥..'
이 어려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다니 자랑..스럽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나도 참 겁도 없지 라고 생각도 들지만,
나는 간절한 그 무언가가 있는가?를 고민하던 찰라,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면서
인생 철학이 나와 비슷하다니!! 인생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린 잘 헤쳐나가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결혼했다. 우린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키도 몸무게도...
우린 장거리 연애 8개월 후 결혼했다. 그리고 난 남자친구, 아니 남편이 있는 곳 캐나다 동부 시골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캐나다에 도착한 그 밤을 잊지 못한다.
토론토 공항에서 다시 동부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내 기억엔 밤 10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집으로 가는 내내 밖에 길이 굉장히 어두웠다.
음... 저기,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창 밖이 어두운건 왜일까? 란 고민에
(아내) 오빠, 근데 여기가 많이 시골인거야? 아니면 여기 문을 일찍 닫는거야?
(남편) 응 둘 다야
(아내) ...
어려움을 잘 헤쳐간다고 자신했지? 한번 어려움 헤쳐가봐라!! 라는 것마냥 시골 생활이 시작됐다. 12년차 부부 에피소드 꺼내면 뭐 한 보따리라 차차 풀어가고,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그 날을 적어본다.
시골에서 살다보면, 아니 한인 식당 혹은 한인 마트가 있지 않은 (있더라도 너무 비싸서 갈 수 없었다) 그런 시골에서 살다보면 온갖 한국 음식이 하나 둘 떠오른다. 음식을 먹어야 그제서야 머릿 속에서 아른거리던 음식이 사라진다. 작은 동네에서 살다가 토론토로 이사와서 처음 토론토 한인 마트에 갔을 때다.
이미 내 머릿 속은 온갖 음식으로 가득찼다. 이 상태에서 한인 마트에 가다니 정말 전투적으로 물건을 담았다.
(아내) 오빠, 나 떡 너~~~무 먹고 싶었어. 시루떡을 사야하나, 인절미를 사야하나.. 오빤 뭐 먹으래?
(남편) 떡을 왜 사?
(아내)... 당연히 먹고싶으니까 사지.
(남편) 그럼 당신이 먹고싶은거 사요.
이번엔 빵을 파는 코너에서
(아내) 오빠, 나 빵 너~~~무 먹고 싶었어!!! 빵도 사야겠어.
(남편) 떡 샀잖아요...
(아내)빵도 먹고싶은데?
(남편) 떡 먹으면 되잖아요.
(아내)떡은 떡이고 빵은 빵이잖아요.
(남편) 간식을 어떻게 두 종류나 먹어요?
...
...
...
...
두 사람은 정말이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어짜피 제가 글을 적으니까 솔직히 독자분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사람이 떡도 먹고 빵도 먹고 그러는거 아닌가요?
집에 간식이 두 종류 있으면 왜 안되는거죠? 종류별로 쌓아두고 먹어도 되는거잖아요!
다람쥐가 도토리 쌓아두면 귀엽고, 제가 간식 쌓아두면 안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일단 집에 간식이 있다는것 자체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사람.
밥 먹으면 끝. 후식 없음. 간식 없음. 목 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커피 마심. 그 외엔 과자도 안 먹음.
(근데 12년 살고나서 제가 이 사람을 망쳐놓은것 같은 죄책감이 드네요?)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아내가 왜 빵을 사고 떡도 사지? 그것도 두개나 사지? 도대체 언제 먹지? 이러길래
(아내)우와 먹는걸로 진짜, 내가 다 먹을거니까 한 입도 먹지 마!
라는 주장으로 빵과 떡을 다 샀다.
여자는, 어떻게 빵과 떡을 안 먹지?
남자는, 어떻게 빵도 떡도 먹지?
라며 서로의 다름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당신은 1, 나는 0.
정말 너~~~무 다른 우리가, 짧은 만남에서 어쩌면 그런 교차점을 발견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결혼한지 12년, 지금은 두 딸의 엄마, 아빠로 살고 있다.
첫째 딸은 아빠와 너~~~무 닯은 1 느낌의 딸,
둘째 딸은 나와 너~~~~무 닯은 0 느낌의 딸.
1010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