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가족 완성
간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니, 아니 이 세상에 간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근데 그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라니...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적어보면 오롯이 남편의 성격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이해가 아닌 인정이었다.
그런가 보다...
간식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는가보다.
그런가 보다...
(하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럴 때 외쳐본다.
그런가 보다...
마법의 문장이다.
캐나다에서 자리 잡기까지 가족 계획을 미뤘다.
지금도 이게 잘 한 건지 잘못한건지 모르겠지만, 이 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가족 계획을 미뤘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남편은 1, 나는 0의 성격이라면
우리의 아이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을까?
라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태교했던 듯 하다.
멘델 법칙, 마치 완두콩 유전자 이런것 마냥,
1과 0의 성향을 가진 아빠와 엄마 아래,
첫째는 아빠 성향을 아주 똑!! 닮은 1
둘째는 엄마 성향을 아주 똑!! 닮은 0
남편은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가면 되지만,
첫째를 키울 땐,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너무 많았다.
밥 안먹고,
잠 안자고,
에너지 넘치고,
게다가 아토피로 너무 고생해서인지 예민하기까지 했다.
게으른 엄마가 부지런함 끝판왕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리고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리고 캐나다에서 아무런 가족 없이,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너무 무섭고 외롭고 고된 삶이었다.
힘든 이야기를 쓰려고 이 얘기를 꺼낸 건 아니고,
밥을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먹었는데...
어느정도 대화가 될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물었다.
(엄마) 도대체 왜 밥을 안 먹는거야?
(첫째 딸, 6살) 엄마, 도대체 왜 밥을 먹어야하는 거예요?
(엄마) ... 이거 어디서 나눴던 대화 같은데...
(첫째 딸, 6살) 엄마, 밥은 맛이 안나서 안 먹고 싶어요.
(엄마) ??
도대체, 아니 어떻게 밥을 싫어할 수 있을까? 둘째를 쳐다보니,
(둘째 딸, 1.5살) 양 손에 흰 쌀밥을 쥐고 우적우적 입에 넣고 있음
마법의 문장, 또 외쳐본다.
그런가 보다...
우리 가족은 밥 먹으면 1과 0으로 확 나뉘어지는데,
어른 1 (남편): 밥 먹은거 정리하고 있음
아이 1 (첫째 딸): 에너지가 충전되어 집을 뛰어다님
--------- 배 불러서 앉아 있는걸 이해 못함
어른 0 (아내): 배 불러서 누워있음
아이 0 (둘째 딸): 그 옆에 누워있음
-------- 배 불러서 돌아 다니는걸 이해 못함
둘째랑 뒹굴거리며 남편과 첫째 딸을 보고 있노라면...
이젠 그래도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우린 1010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