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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Apr 18. 2024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들

아직 젊은 오늘, 행복했던 기억

2024. 4. 18. (목)


회사에서 나오는 길에 첫째 꿀떡이가 좋아할 스티커북과 그림책을 샀다. 대림역에서 내려  환승하는데 시간이 좀 뜨던 차에, 오늘 하루종일 두 아이 병간호하며 힘들었을 아내에게 줄 꽃도 한 송이 샀고.


'들꽃 같이 생긴 것이 예쁘게도 생겼네'라고 생각하던 찰나. 세상에. 아래에 또박또박 쓰여있는 꽃말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침 꽃 이름이 이리도 독박육아스럽다니


지난 1월 복직하고 회사에 잘 적응했다. 언제 휴직했냐는 듯 프로젝트도 벌써 4-5개를 맡아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일도 나름 재밌고.


그렇게 일하다 집에 가는 길이면, 하늘에 아내와 두 아이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문이 열리면 다다닥 뛰어나올 두 아이와, 그 뒤에 지친 얼굴로 날 반길 아내까지. 아마 내 복직을 적응하는 건 아내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둘이서 둘을 보는 것과, 혼자서 둘을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니.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이면, 이렇게 1년이 가고, 5년이 가고, 또 10년이 쉽게 지나가겠구나 싶다. 그러다 문득, 나중에 내가 두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돈을 더 모아야 하나. 그러려면 이직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그러면 집에는 지금보다 늦게 가겠지. 투자를 해야 하나. 그러면 머릿속에 주식이랑 코인만 둥둥 떠다닐 텐데.


그러다 항상 마주하는 생각이, '오늘 행복하기'. 더 정확히는, '젊은 오늘, 어제보다 더 충만하게 행복하기'이다.


젊은 날, 막연히 이런저런 고민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일터에서나, 집에서나, 어딜 가든지 가장 열심히 살고, 가장 즐거운 일을 찾고, 가장 행복하게 사는 선택을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 그래서 나중에 아이들이 꽃처럼 예쁘고 젊은 나이가 되어 무언가를 고민할 때, '원래 인생은 그래'라거나 '다들 힘들게 살았어 아빠도 그랬어'보다, '힘든 시기에도 작은 빛은 항상 있었어', '그 빛을 따라가며 즐거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라덤덤히 말해주는 것.


자전거 타다 졸리다는 널 안고 갈때도..힘들지만 좋았어


젊은 날이 행복했던 아빠가 되어주는 것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을 지나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다 보면, '이 아이들이 나를 키우는구나'싶어 다시금 피식 웃으며 집으로 뛰어가곤 한다.


이제 정거장 남았네. 내리자마자 뛰어가야지


정확히 10분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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