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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Aug 07. 2024

엄마가 돌아왔다

아빠 혼자 애 둘 데리고 떠난 여행 (2탄)

2024. 8. 7. (수)



도착하자마자 물놀이라니


오후 3시 반: 글램핑장 도착, 물놀이 - 글램핑장 (강화도)


강화도 인근 해수욕장에 가는 차량들이 많았던 데다 1차선 도로 중간에 사고 차량까지 있어 김포에서 강화까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깊은 잠에 들었는데, 글램핑장에 주차를 하니 어떻게 알았는지 둘 다 슬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뜬 첫째 꿀떡이는 눈앞에 펼쳐진 수영장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하필이면 우리 숙소(텐트)의 에어컨이 마침 고장나 둘째 찰떡이가 비 오듯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일단 물에 들어가자'


애초에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큰 수영장과 작은 연못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큰 수영장에서 꿀떡이가 튜브를 타고 수영을 하고, 작은 수영장에서 찰떡이가 물장구를 치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했던 것이다. 내가 간과한 것은 단 하나였다. 꿀떡이가 수심이 깊은 큰 수영장에 놀기 위해선 어른 한 명이 필요하고, 아직 어린 찰떡이가 돌로 둘러싸인 연못에서 놀기 위해선 또 다른 어른 한 명이 필요하다는 것.


꿀떡이는 큰 수영장에, 찰떡이는 연못에 남겠다고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고, 나의 인내심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두 아이와 튜브 두 개를 들고 큰 수영장에 잠깐, 다시 연못에서 잠깐 놀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와중에 선크림 바르는 것도 까먹어서 아이들과 새까맣게 타버렸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문제의 연못과 수영장 (사진은 예쁜데, 실상은 울다 웃다 반복)


오후 5시 20분: 드디어... 그분(?)이 도착하다.


그렇게 속으로 참을 인자를 100번 넘게 새기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파란색 SUV가 글램핑 주차장에 스르륵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수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외쳤다.


"얘들아. 엄... 엄마다!"


엄마가 오자마자 진압된 두 아이


아내가 서울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무려 1시간 반 넘게 달려 강화도로 온 것이었다. 원래 저녁 먹을 때나 올 수 있을 것이라 했는데, 마침 인내심이 한계를 칠 때 아내를 보니 너무나 든든하고 행복했다. 아내는 수영장에 오자마자 두 아이에게 딸기 간식을 쥐어주며 한 번에 사태(?)를 진압했고, 수영장에서 두 아이를 숙소로 데려와 의자에 능숙하게 앉혀 놓았다.


그렇게 우린 다시 4 총사가 되었다.


에어컨은 저녁까지 고쳐지지 않았고
글램핑장은 너무 재밌는 것이 많았고
아빠는 장난감이고 엄마는 사랑이었다



계속되는 도전, 갱신되는 고통, 그만큼 열리는 시각


"힘들 거라고 했지. 무리하기는"


토요일 하루, 그것도 겨우 8시간 정도 두 아이를 데리고 다녔을 뿐인데 아직도 여독(旅毒)이 풀리지 않아 낑낑대는 내게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맞다. 지난 토요일은 각오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변수가 있었고, 예상했던 변수들도 그 정도가 예상보다 심했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두 아이가 동시에 소변과 대변이 마렵고, 두 아이가 각자 다른 수영장과 연못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독이 회복되면 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육아라는 게 도전하면 도전할수록,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새로운 단계가 있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생은 잠깐이고 피곤은 회복되지만, 그 시각은 오래도록 아니 어쩌면 영원히 내 안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그 시각을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뿐이고, 그 시각을 아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기 또한 지금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복직한 후, 벌써 지난 6월엔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첫째와 단 둘이 1박 2일 캠핑을 다녀왔고, 이번 8월에는 (역시 처음으로) 엄마 없이 한나절 조금 넘게 여행과 나들이를 다녀왔다. 두 번의 작은 도전 모두 쉽지 않았지만, 매번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것을 배웠다. 그건 때때로 아이의 새로운 모습의 발견이기도 했고, 이전에 아내가 내게 말했던 것들에 대한 되새김질 또는 깨달음이기도 했다.


아직 다음 도전이 어떤 것일지는 잘 모르겠다 (아내는 두 아이 데리고 1박 2일을 외치고 있는데, 아직 자신이 없...). 일단 이번 여행의 여독을 좀 풀고 찬찬히 생각해보려 한다. 하지만 언제가 되든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전은 어떤 것이 되었든 각오했던 것보다 힘들 것이고, 기대했던 것보다 행복할 것이기 때문에.


'아빠. 우리 또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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