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게 말하는 아내는, 왼팔에는 나를, 오른팔에는 꿀떡이를, 배 위에는 찰떡이를 얹어놓은 채 말했다.
아내는 대학에입학하며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 비싼 캐나다 학비를 투잡 쓰리잡에 과외까지 하며 감당했던 씩씩한 사람이었다. 전업육아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아내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잘 아는 나는, 아내의 저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아내는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자,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 집의 대표이사이다. 아내가 스스로를 '쓸모없다'라고 느끼는 것은 감정이지 사실이 아니다. 아이가 없을 때도, 아내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우리 가정에서 가장 큰 쓸모야. 당신 없이 이 세 명의 껌딱지는 하루종일 울고만 있을걸'이라는 말을 뱉지 않고 꿀꺽 삼켰다. 설령 진심이어도, 아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는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령 사실이어도, 아내가 저 감정을 오롯이 이겨내기 위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내는 우리 집의 가장 큰 쓸모이고, 대표이사이며,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내가 느끼는 '쓸모없음'의 감정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 감정이 사실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그래서 단순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같이 휴직 및 복직 계획을 세워보자."
오늘도 엄마 껌딱지 18개월 둘째가 낮잠이 든 시간에야 이 글을 읽을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스스로 느낄 때 한낱 갈 길을 몰라 떠도는 어떤 소행성 같아도, 두 아이와 나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하루의 끝마디에 웃으며 서 있는 태양같이 크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난 당신이 있어서 오늘도 새벽부터 세상을 살아내고, 아이들은 건강히 각자의 삶을 살아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