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급한 외침을 듣고 번쩍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둘째 찰떡이는 이미 깨서 뒹굴대고 있었고, 첫째 꿀떡이도 잠에서 일찍이 깨어 천장을 보고 꿈뻑꿈뻑. 원래 새벽을 깨우며 집을 나서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시계를 보니 1시간이 훌쩍 넘게 늦잠을 잔 것. 가끔 내가 못 일어나면 아내가 깨워주곤 했는데, 어제 새벽에 잠든 아내도 깊은 잠에 든 바람에 결국 예정에 없던 반반차를 썼다.
딱 봐도 해가 중천
"아빠 있으니까 좋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에 눈을 떴더니 옆에 아빠가 있다고 기분이 좋아진 꿀떡이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찰떡이도 아침에 아빠가 있는 게 신기한지 계속 방에 들어와 확인하고 씨익 웃고 다시 나가고를 반복했다. 처음엔 '못 깨워줘서 미안하다'던 아내는 덩달아 신이 나서 '아예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 그만큼 늦게 돌아오는 거야 여보...).
옆에서 아빠에게 폭풍 수다 중 (Feat. 동시에 인형놀이)
"늦잠 자서 다행이다."
아이들과 함께 간소한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늦잠을 자지 않았다면,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저 '피곤하다'는 생각을 둥둥 띄우며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었을 것이니 말이다.
사실 아침에 눈을 딱 떴을 때는 살짝 짜증이 났다. 반반차를 쓰면 사실 연차 하나가 0.75일로 깎이는 것이라, 하루 출근을 안 해도 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 반반차는 어지간히 급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특히 나 같은 장거리 통근 육아 대디는 더더욱).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아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스멀스멀 올라왔던 짜증이 눈 녹듯 사그라든 것이다. 상황은 바뀐 것이 없어도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 걸 보면, 어찌 보면 행복은 정말 상황이 아니라 마음에 대한 것인가 보다.
늦잠과 지각으로 시작한 하루지만 그 어떤 날보다 가볍고 기분 좋은 출근길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이 마음을 잘 지켜야겠다. 이 마음 그대로 아내와 아이들을 안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