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원래 첫째 꿀떡이의 소풍날이었다. 그런데 소풍 바로 직전 꿀떡이가 장염 진단을 받으며 계획이 틀어졌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증세가 심하지 않으니 와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지만, 간헐적으로 배가 아프다며 소파에 누워 있는 꿀떡이를 보고 아내와 논의 끝에 올해 소풍은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제 남은 결정은 하나. 1년에 한 번 있는 어린이집 소풍을 위해 쓰인 나의 연차였다. 이번에 쓰지 않고 아껴두면 남은 11월이나 12월에 연박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그 외에도 급한 일이 있을 때 요긴하게 쓰일 비상약(?) 같은 휴가였다. 연차를 취소할지에 대해서 아내는 내가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고민 끝에 연차를 취소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 넷이 함께 눈을 뜨고 아침을 먹었다. 아내는 내가 집에 있는 틈을 타 아침 일찍 미용실에 첫 손님 예약을 해서 머리를 하고 왔다.
햇살 가득한 아침, 사과를 깎아달라는 첫째와 떡을 달라는 둘째의 재촉에 그릇을 두 개 들고 정신없이 먹이고 놀다 보니 아내가 예쁜 머리를 하고 돌아왔다.
마침 동네에 시장이 섰기에 같이 가서 점심거리도 사고,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킥보드를 타다 돌아와서 함께 낮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저물기 시작했다.
작년육아휴직 기간에는 당연스레, 자연스레 함께했던 일상들인데, 복직 후 겨우 1년 남짓 지났는데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신생아로 누워만 있던 둘째 찰떡이가 이제 킥보드를 타고, 어벙하게 간신히 두 글자만 말하던 꿀떡이는 이제 시장에서 주문도 하고 이웃들에게 씩씩하게 인사도 할 줄 알았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시장 상인 분들도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익숙한 것들이 내게는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새삼 낯설면서도좋았다.
산이나 바다로 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과 소풍을 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후회 없을 만큼 가득히 행복했던 하루를 보냈다. 특별히, 내가 출근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살아가는 일상에 함께 자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