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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Nov 13. 2024

스마트폰이 나를 살지 못하게

지하철에서 끄적끄적

2024. 11. 13. (수)


육아휴직 전후 내 통근길은 많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하며 통근시간이 늘어나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2배가 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환승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다'라고 생각했다. 1년만 다녀보고 정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유도 합리적이고.


그러면서 아주 좋은 이어폰을 사고 심지어 최신 휴대폰도 장만했다. 하루 3시간 힘든 통근길에 이 정도는 사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루 3시간을 '정처 없이'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았다. 유튜브도 보고 검색도 하고 뉴스도 보고. 그러다 보면 눈이 아팠지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독서 숙제를 내주는 바람에, 일하랴 육아하랴 바쁜 나는 따로 시간을 낼 여유가 없어 결국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책을 읽기 시작하니 나름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책을 읽는 것도 유익하지만, 그보다 스마트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더 주요하다.


특별히 '알고리즘'이라는 기능이 우리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상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다 하더라도 알 방도가 없는 요즘은 더 그렇다.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칸에 같은 자리에 앉거나 서 있는 것이 재미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젠 누가 무슨 역에 내리는 것도 쉽사리 알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99프로의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하루에 한 두명? 간신히 찾아볼 정도이고, 대부분 자거나 스마트폰 보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지금 이 글도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 나도 똑같은 사람일 것이지만, 이 글만 빨리 쓰고 고개를 들어 책을 읽어야 한다. 재미가 들렸는지 요즘은 매일 1권씩 읽는다 (3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었다).


하루 3시간. 스마트폰에 휘둘리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인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개를 들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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