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4. (토)
2주 전에 둘째 고열, 1주 전에 첫째 고열. 그리고 오늘 다시 둘째 고열.
아이가 아픈 상황은 육아에서 피할 수 없다. 환절기엔 더욱 그렇고. 이제 애가 셋인 우리 집은 변수도 셋이라 빈도도 더 잦을 것이다.
지난주 첫째는 구내염이 의심되어 일주일 동안 유치원도 안 가고 나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 둘째가 열이 나는 상황에서 아내는 밤새 신생아인 셋째를 돌보고, 내가 밤새 둘째를 간호하고 있다. 첫째가 깊이 자 주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랄까.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약 이런 상황에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한다면? 출산한 지 이제 3주 차인 아내가 이 모든 걸 감당했어야겠지. 생각하기도 싫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마음껏 병간호할 수 있는 것이 '부러운 것'인 상황이 슬프다. 실제 내 주변 지인들은 열패치를 붙인 아이를 원에 보내거나 조부모님께 맡기고 떨어지지 않는 회사로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
예전에 미군부대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침, 한 부사관이 대위에게 다가와 "아이 학교 하원 일정이 당겨져서 오전 근무 후 일찍 가보겠다"라고 하는데 대위가 "물론이지"라고 했다. '물론이라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들의 대화가 그때도 낯설었는데, 결혼 후 애를 키우는 지금 돌아보면 더 낯설다.
요즘 저출생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들이 작동하고 또 만들어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 요즘 유튜브를 보니 대통령이 직접 아이를 키우는 국민들과 대화도 하고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같다.
다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인 것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육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돌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애가 탈 때가 바로 아이가 아플 때다. 특히 우리처럼 다자녀 가족에서 셋째가 막 집에 온 지금, 첫째와 둘째가 이렇게 번갈아가며 아플 때 부모 중 하나가 회사에 가야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병간호를 해야 한단 말인가. 답이 없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적어도 아이가 아플 때는 부모가 공무원이든 사기업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뛰어가 아이를 간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뛰어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먀 눈을 흘기지 않는, '아이가 아프니 당연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도 아이가 아파 집에 가보겠다는 말에 "당연하지"가 자연스레 울려 퍼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병간호로 밤을 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