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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란 Jun 10. 2019

혼자 읽기 #1

트레바리 마케팅 파랑 '마케터의 일' 읽기



2019.05.10



지난 4월 트레바리 마케팅 파랑 과정에 등록을 했습니다. 두 달 전 일인데, 옛날 일처럼 느껴져 신기합니다. 그때 썼던 일기를 읽으며 그 시절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하루하루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습니다. 기복이 있었느냐고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늘 긴장상태였고, 불안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내색할 수 없었습니다. 내색하는 순간 걱정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등록하기 1주일 전, 가고 싶었던 회사의 최종 면접에서 최악의 면접을 보았던 터라 더 마음이 심란했던 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4월까지 저는 취준생이었습니다. 내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어느 회사도 저에게 함께 일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하고 싶었던 회사는 저에게 좋은 인재이지만, 자사와 맞지 않다는 이야기와 때로는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음으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곳에서 일하기란 참 쉽지 않았습니다.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어느 날, '트레바리'가 보였습니다. '트레바리'의 존재는 작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유료 독서모임으로, 독서와 네트워크를 결합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니까요. 책을 좋아하는 저의 호기심을 한번 끌었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호기심을 가진 클럽들은 조기 마감을 했었죠. 저는 트레바리 채용공고 중 이벤트(인턴) 부문에 지원을 준비했습니다. 


'트레바리'에서 오랫동안 클럽장을 역임해온 '이정모' 관장님을 만나 뵙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트레바리는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트레바리는 마치 옛날에 "정말 몸에 좋은데, 이걸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라는 광고 속 물건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만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듯싶었습니다. 실제 참여를 해보니 '트레바리'를 해보지 않았기에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력적인 곳으로 일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트레바리'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입사 지원을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신청했습니다. '마케팅 파랑'을. 아직 마케터가 되지 못했지만 마케팅을 공부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케터를 준비하는 제게 이 과정은 지식을 얻는 점에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점에서 그리고 유료 독서 모임에 기꺼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했습니다.


신기한 일이 찾아왔습니다. 신청 후, 첫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저는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꽤 설레는 마음으로 트레바리 첫 모임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갈 수 없었습니다. 다음 글은 첫 트레바리 참여 후기가 아닙니다. 첫 트레바리 도서에 대한 리뷰입니다.







일 잘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 

좋은 마케터가 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은 마케터가 되고 싶다. 

그래서 행복한 마케터가 되고 싶다.


요즘 내 머리의 팔 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이다.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렇게 감사한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어주는 곳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마케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마케터의 일』


다른 사람은 어떻게 마케터의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 정확하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마케터의 일을 '대'하고 있을까. 

참 궁금했다.

 



목표를 세운다.
방법을 찾는다.
계획을 실현한다.



『마케터의 일』의 저자 장인성 씨가 말하는 마케터가 하는 일이다. 명료한 문장으로 정리했지만 이 문장 뒤에 담긴 이야기는 더욱 많다. 그 많은 이야기를 4장으로 나누어 『마케터의 일』에서 설명한다. "1장에서는 마케터가 일하며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2장은 목표를 세우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 대해", "3장은 계획한 대로 목표에 맞게 실현하는 역량에 대해", "4장에서는 여러 명의 마케터들과 함께 더 크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정리한다.


각 장은 지금 장인성 씨가 일하는 '배달의 민족'과 전 직장인 '네이버'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마케터이기보다 브랜드 마케터 일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마케터의 일』은 마케터가 자신의 일을 어떻게 대하고 아껴야 하는지를 간결하게 쓴 책이었다. 가볍지만 알찬 내용의 책이었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각 장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마케터의 말

"마케터라면 말 한마디, 단어 하나도 잘 생각하고 까다롭게 골라 쓰면 좋겠습니다. 마케터의 말이 세상을 조금은 변화시키니까요."라는 말에, 마음이 설레었다. 내가 하는 일에 무게를 싣는 말임과 동시에 그만큼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큰 의미가 담겨 있단 뜻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뒤에 나오는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이해가 안 돼'라는 말,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라는 부분이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움직이는데 방해가 되는 말과 생각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무심결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쓰지 않나 경계하고 또 경계하고 있다.



2. 이중인격자가 되자

아팠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쓰라렸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서비스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소비자에게는 그저 가끔 필요할 뿐이에요, 없으면 다른 걸 쓰면 됩니다."라는 제품군에 정확하게 딱 들어가는 것을 제안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책을 읽는 사람이 나날이 줄어가는 시대에, 특정 출판사의 책을 판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서점의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어떤 책을 읽어볼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들 (그렇다, 읽어야지가 아니라 볼까에서 시작하는 독자에게 우리 책이 좋다는 걸 알리고, 한번 들춰볼까 망설이게 하고, 그리하여 한 권의 책이 그 사람의 머리와 마음에 남게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에게 이 책을 구매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이를 고민하며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 상품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상품 중 하나일 뿐이며, 우리 광고도 다른 광고들처럼 귀찮은 존재이고, 우리 상품의 장점 역시 대단치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란 문장을 보았다. "소비자의 인격"을 드나들며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들여다보고, 우리 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를 들여 이여다 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책은 어떤 독자들이 좋아할까? 그리고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 이 질문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떠올리니 설레었다. 


3. 피드백 소화하기

"공유의 피드백은 참고할 '의견'과 '정보'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선입 마케터나 다른 부서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듣고 미처 몰랐던 걸 알게 됩니다. 알고 나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안 바꿔도 상관은 없죠. 하지만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일이 더 잘 되게 하고,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함입니다."


신입 마케터인 나는 상사를 비롯한 함께 일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저 받아들이는 마케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받아 적기:들은 그대로 하기", "소화하기:피드백의 의도를 파악해 제안 추가하기", "조율하기:자기 생각을 갖고 설득하기"의 과정을 읽으며, 일 잘하는 마케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였다.






마케터는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획하고 계획하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저자는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고 계획을 실현한다는 단계로 설명했다.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생각 중에 무엇이 생각으로 끝내야 하고, 무엇이 아이디어로 구체화하고, 무엇이 기획이 될 수 있으며, 무엇이 계획을 거쳐 실행에 나아갈 수 있는지를 쪼개 보고 연결하고 확장하길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디테일을 철저하게 생길 수 있는 걸까요? 디테일의 품질을 높이려면 '이 정도면 됐다'하는 기준이 높아야 합니다. 이것저것 본 게 많으면 기준이 올라갈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잘하는 것, 좋은 것을 많이 보면 디테일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케터는 섬세한 사람이다. 두 번째 이 책은 마케터의 섬세한 관찰력, 섬세한 감수성, 섬세한 행동을 강조한다. 생각이 실행할만한 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섬세함은 필수다. 누군가에게는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왜'라는 의문을 달고 살아야 하며, 그 '왜'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설득 근거에는 숫자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논리와 직관적인 느낌이 공존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일 잘하는 마케터가 굉장하게 보인다.

마케터는 쉽게 포기하며 낙망하기보다,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때로는 안 되는 걸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력이 필요한 사람이다. 추상적인 말로 장인성 씨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마케터'를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일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것, "다른 마케터는 자신의 일을 어떻게 대할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마케터 일을 어떻게 대하고 싶을까?


그 답을 차근차근 찾고 싶다. 

아직은 초보 마케터인 내가, 언젠가 '마케터의 일'을 말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






첫 트레바리 모임에는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참석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감상을 읽는 것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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