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전에 무턱대고 28박을 예약한 숙소.
후기에 “다음에는 오래 머물고 싶어요.” 이런 문구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위치는 모두가 안 좋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한 달간, 여행자가 아니라
거주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면 물놀이를 하고,
씻기고 저녁을 먹여 재우는 일상.
오늘은 유심이랑 모기퇴치제를 사야 해서 중심가까지 나갔다가 해변에도 들렸는데, 덥고 진이 빠졌다.
해변 앞 식당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시간은
너무 좋았지만 중심가를 걸어 다니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이는 덥다, 목마르다 보채고,
슈퍼 보이면 사주겠다고 두세 번 말했는데도
계속 칭얼대서 결국 화를 냈다.
무질서하게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신경 쓰며
아이의 짜증을 계속 들어줄 수가 없었다.
손을 뿌리치는 아이를 억지로 잡아끌며
위험하니까 싫어도 잡아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
이 고요한 풍경이 얼마나 나에게 위안을 주던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호텔에 비하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하루 종일 한가하다.
오후에 우리 집 아이가 수영장에서 만들어내는 소음이
유일하다.
선베드에 누워 책을 보는 서양인 할머니 하나,
잠깐 물놀이를 즐기고 나간 서양인 커플 하나,
그리고 우리 주위를 맴도는 고양이 한 마리.
이름도 예쁜 벨라.
아이와 고양이가 보일 때마다 인사한다.
“차오 벨라!”
방은 낡았지만 넓고 깨끗하다.
방도, 부엌도, 욕실도 둘이 쓰기에 충분히 넓다.
무엇보다 볕이 잘 들어
아무것도 안 하고 방안에만 있어도 답답하지 않다.
시골집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큰 무리 없이 정 붙이고 살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정원이 너무 아름답다.
수영장에서 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데도 도무지 담기지가 않아 성질이 났다.
햇살에 반짝이는 붉는 벽돌 지붕,
하나, 둘, 툭툭 떨어지는 꽃송이.
요정의 정원에라도 들어온 듯 몽환적으로 아름답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도 나도 벌써 숙소가 편안하고 좋아졌다.
시골집에 온 듯, 정감 있는 그런 곳이다.
우리가 이곳에 스며들듯,
고양이 벨라도 우리에게 스며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