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 D-day
분명 아빠~하고 씩씩하게 달려와 웃으며 안겼는데
아빠를 남겨두고 보안검색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빠랑 헤어져서 서운해?”
그 말이 트리거가 되어 눈물이 펑 터졌다.
잘 익은 봉선화 꽃씨 주머니가 살짝만 건드려도
팡! 하고 터지듯이 순식간에 감정이 터져 나왔다.
내 몸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몇 분 뒤에,
“많이 속상해?”라고 물었더니
“아니, 엄마 옷에 콧물 닦은 건데?”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짓궂게 웃는다.
정말 내 옷자락에 허연 콧물이 찐득하게 묻어있었다.
평소라면 내가 질색팔색 할법한 행동이라, 그런 웃음을 지어 보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아빠랑 한 달 동안 떨어져 있어서 속상해서 운 거잖아. 그런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그냥 솔직하게 표현해도 돼.”
아빠가 옆에서 거들었다.
“아빠는 오히려 OO가 아빠 보고 싶다고 우니까 좋은데?!”
내가 다시 받아쳤다. 이럴 때 우린 환상의 복식조다.
“맞아. 그런 마음은 정말 예쁜 마음이야. 숨길필요 없어.”
아이는 조금 더 울더니 이내 안정을 찾았다.
촉촉한 눈망울로 아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아직은 슬픔보다 궁금한걸 더 못 참는
그런 어여쁜 나이.
그래서 이 긴 여정이 아이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주길 내심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