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아이와 함께 해볼 만한 활동으로 아기 거북이
방생체험이 있다. Bali Sea Turtle Society라는 비영리단체가 꾸따해변에서 여는 행사가 가장 유명하다. 비정기적으로 인스타그램 공지 등을 통해 알린다. 보통 9월까지 행사가 있고 10월부터는 거의 인 한다고 해서 이곳은 처음부터 마음을 접었다. 운영방식을 보면 가장 취지에 적합한 업체라는 생각이 든다.
사누르 지역 신두 비치에도 한 곳이 있는데 접근성은 좋지만 구글 평점이 너무 안 좋았다. 거북이들이 보호되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평이 많아서 너무 상술로 거북이를 이용하는 거 같아 여기도 걸렀다.
https://maps.app.goo.gl/bNcqLjkktKi61rtQ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계속 검색을 하다가 숙소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30분 정도면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Turtle Conservation And Education Center를 발견했다. 바다 거북이 보호 및 보존을 위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곳이라고, 구글 리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겼길래 그들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와츠앱으로 연락을 했다. 금요일 날 급하게 알아봐서 다음 날인 토요일에 가려다 보니 혹시라도 거기까지 갔는데 허탕을 칠까 봐 거북이 입양 및 방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데 예약을 미리 해야 하는지 아니면 가서 해도 될지 물어봤다. 이때부터 그들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기부 프로그램에 등록하라며 링크를 보내주었다. ‘기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USD18 달러로 가격이 정해져 있었다. 아이와 둘이 한 마리만 입양해서 방생을 하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했더니 1인당 18달러라며 또 결제하라고 다시 링크를 보내주었다.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호구가 되는 느낌이랄까.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시설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니 그럴 수 있다, 센터에 가면 설명도 잘해준다고 하니까 막상 가면 좋을 거다,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다음 날 10시쯤 택시를 타고 Turtle Conservation And Education Center로 향했다. 아이와 입양할 아기 거북이의 이름도 정했다. Bella와 Lala. Bella는 아이가 요즘 푹 빠져있는 숙소 고양이 이름이고, Lala는 스위스 식당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개의 이름이다. 아이는 아기 거북이들을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센터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까 여자 봉사자 한 명이 다가와 설명을 시작했다. 커다란 수조에는 큰 바다 거북이가 세 마리 정도 있었는데 모두 부상을 당해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다시 바다로 돌려 보낼 거라고 했다. 그물에 갈려 팔이 잘려나간 거북이들이 많았고 프러펠러때문에 등껍질을 다친 거북이도 있다고 했다. 식용으로 쓰기 위해 불법적으로 거래되다가 구조되기도 한다고 했다. 수조 뒤편에는 모래가 수북이 깔려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해변에서 구조해 온 알들이 들어있다고 했다. 바구니 두 개에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부화한 아기 거북이들이 있었다. 몇 시간 동안 몸을 말린 후 수조에 넣어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친절한 설명에 기분이 좋았다. 정말 거북이들을 구조해서 치료해 주는 훌륭한 곳이구나 싶었다. 수조가 많이 모여있는 구역으로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에게 다가와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앉아있는 저 사람들은 누굴까? 이제 설명은 끝난 건가? 자유 관람시간이구나 싶어 아이와 수조에 가득한 아기 거북이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Adoption이라고 쓰여있는 카운터에 가서 예약을 했다고 말하니까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우리 이름과 입양하는 거북이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이때부터 모든 게 순식간에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작은 나무 그릇 두 개를 받아 수조에서 거북이를 한 마리씩 건졌다.
바구니를 들고 차에 태워서 근처 선착장으로 실려갔다. Volunteer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무 보트에 올라타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여기다 그릇을 부으라는 손짓과 함께 아기 거북이를 바다로 보내주었다. 주변에 큰 배도 많고 방류 지점까지 가는 동안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도 많이 보였다. 여기가 손가락 길이만 한 아기거북이에게 안전한 장소일까 의심이 들었다. 엄마의 미심쩍은 마음은 전혀 모르는 아들은 손을 흔들며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멀어져 가는 아기거북이들을 배웅했다. 꼭 살아남으라고. 순식간에 다시 센터로 실려왔다. 바구니를 들고 갈팡질팡 서 있자 누군가 수조 구역으로 가서 반납하라고 말했다. 수조 구역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서양인 관광객들이 삼삼 오오 그룹으로 들어왔다. 그들에게는 봉사자들이 한 명씩 붙어서 수조에 있는 거북이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내용을 아이에게 말해주는데 점점 기분이 나빴다. 나는 호구도 모자라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화가 치밀었다. 분명 투어는 무료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기부금까지 낸 우리는 처음 왔을 때도, 지금도 그 자리에 방치되고 있었다. 바구니를 반납하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종이 두 장을 가리켰다. 우리 이름과 거북이 이름이 적힌 인증서였다. 어떤 설명도, 어떤 대화도 없이 형식적으로 종이 두 장을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우리의 기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우린 이미 돈을 냈고 더는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걸까? 차라리 미리 예약을 하지 말고 올 걸 싶었다. 그랬더라면 우리에게도 봉사자가 따라다니며 불쌍한 거북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고 아름다운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해줬으려나? 테이블에 성의 없이 놓인 인증서가 그들의 진정성을 더욱 못 미덥게 만들었다. 아기 거북이들을 팔아 돈을 버는 상업적인 공간과 다를 바 없었다. 적어도 그 순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 어떤 거북이 보호소보다 가격도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기에 선뜻 이곳을 선택했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씁쓸했다. 물론 아이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인증서를 들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었다.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센터를 나서는데 입구 쪽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남자가 이 업체에 대한 불신에 쐐기를 박았다.
“Taxi?”
남자가 말했다.
이미 그랩을 불렀다고 했더니, 남자는 여기서는 그랩을 못 부른다며 흥분했다. 이미 그랩 기사가 승낙을 했고 오고 있다고 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딴지를 걸까 봐 아이와 후다닥 건물 밖으로 나가니 건물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내가 예약한 그랩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비전을 가진 비영리단체와 택시 강매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곳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택시가 아니면 관광객들이 올 수가 없는 곳이다. 기부금까지 비싸게 받아 놓고 택시비까지 챙기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부상당한 거북이를 구조해 치료해 주는 행위 자체는 진정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일련의 아기거북이 입양과 방생 과정은 지극히 상업적이었다. 아이는 돈을 지불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다. 일기에도 거북이들을 놓아준 내용을 적을 만큼. 그럼 된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이 계속 맴돌았다. 어쩌면 그들이 진정성이 없어서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편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수조 구역에서 봉사자가 우리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면, 거북이를 입양하고 방생하는 과정에서 혹은 인증서를 받아 들 때 이 경험이 어땠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봐주거나 정말 값진 일을 했다고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겨줬다면 나는 지금 불평이 아닌 예찬의 글을 쓰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