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take a seat here.”
우리 앞 테이블에 앉아있던 서양 남자가 자기 앞에 놓인 빈 의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현지인 여성이 모래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여자가 머뭇거렸다.
그러자 남자가 다시 의자에 앉으라며 재촉했다.
여자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여자를 보니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여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자기 앞에 있는 고객이 자신의 물건을 구매해 줘서만은아니었다. 처음으로 받은 대접에 벅찬 감동을 느끼는 했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그 장면이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장면은, 우리가 동남아에서 흔히 마주하는 중년을 넘긴 서양남자와 그들을 스폰서라 부르는 현지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 옆에는 아내가 앉아있었고,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현지인 여성의 손에는 오늘 그녀가 팔아야 할 잡다한 물건들이 들려있었다. 주로 비즈나 진주로 장식된 액세서리였다. 아내가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무얼 살지 고심하는 동안, 현지인 여성은 그들의 호의에 들뜬 목소리로 자기 얘기를 늘어놓았다. 예전에 자기 스폰서였던 호주 남자의 초대로 호주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남자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여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마침내 그들은 여자의 물건을 하나 구매해 줬고 여자는 진심으로 그들의 친절에 감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그 커플은 현지인 판매상들에게 최소 3개의 물건을 사주었다.
나는 그들을 해변의 휴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들이 판매상들의 물건을 많이 구매해서만은 아니다. 식당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판매상들에게 그들은 일일이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들이 무릎을 꿇고 물건을 보여주는 현지인 여성을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을 때 나의 모든 신경세포가 그들에게 쏠렸다.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에게 최대의 경의를 보이고자 하는 그들의 판매전략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나. 그녀들이 무릎을 꿇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님에도. 그저 남자는 여자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을 뿐이지만, 그 작은 제스처에서 그가 얼마나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아직 그의 목소리는 기억에 남아있다. 오랜만에 멋진 어른을 만난 기분이었다. 나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