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재 Nov 13. 2018

나는 소확행이 싫다

행복에도 답이 있나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올 한 해 전 세대를 망라하고 한국 사회를 휩쓴 트렌드 단어 소확행.


원래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이제는 인터넷 시사상식사전에도 등장한 이 단어는, 유사한 뜻의 용어로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덴마크의 ‘휘게(hygge)’ 등이 있다고 한다.


처음 이 단어를 본 건 4월 즈음이었나, 스웨덴 기숙사에서 노트북으로 읽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였다. '2017년의 키워드가 YOLO였다면, 2018년은 소확행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상한 어감의 한자어 조합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소확행의 포털 검색량이 YOLO를 뛰어넘었다'는 기사의 한 줄은 그 영향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뒤로 소확행은 우리 삶에 무섭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무수한 SNS 게시물이 업로드됨은 물론이고, 잡지나  쇼핑몰에서는 이를 광고 문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이를 2018 소비트렌드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제서야 소확행을 찾기 시작했을까.


맛있는 음식

예쁜 옷

신나는 한 편의 영화

친한 친구와 맥주 한 잔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행복들을 원래 알고 있었다.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오늘을 살게 하는 것들 중 일부는 이미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작은 행복은 무엇이며, 큰 행복은 무엇인데?

꼭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껴야 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행복에서마저, 모두들 유행하는 정답을 찾고 있는 듯하다. 100가지 행복이 있다면, 그 폭과 깊이는 100가지일텐데.


어쩌면 소소하지 않은 행복을 찾는 것이 점점 힘들어서, 삶이 더 불확실하게 느껴져서  소확행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SNS에 #오늘의 소확행#의 해시태그를 달면서도 "내일의 나는 행복할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소확행을 마냥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정확히는 소확행이 싫은게 아니라, 소확행을 말하게 하는 오늘이 싫은 것 같다.


그저 이런 단어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살아가면서, 학교 다니면서 드는 생각을 적습니다. 일상의 깨달음에 공감하신다면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의 연속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