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재 Jun 10. 2018

정말로 아직 그들의 문제일까

스웨덴 입국기차에는 경찰들이 있다_스웨덴의 이민자와 난민들에  대해

"스웨덴에서 요즘 가장 이슈는 무엇인 것 같아?"


"Immigrants(이민자들) and Refugees(난민들)"


뜬금없는 나의 질문에 스웨덴 친구 세 명이 똑같이 대답했다. 


내가 살고 있는 룬드는 스톡홀름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훨씬 가깝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코펜하겐 공항에서 4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룬드역으로 간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몇십 분 만에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사실 유럽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국경을 넘자마자 도착하는 데이터로밍 알림 메시지로 다른 나라에 왔음을 알아채는 것은 매번 새삼스러운 기분이다.

출처) https://www.thelocal.se/20161211/sweden-and-denmark-agree-on-new-border-control-extension

스웨덴으로 들어올 때, 로밍 메시지 말고도 새로운 것이 있다. 코펜하겐에서 스웨덴으로 들어오는 첫 정차역인 Malmö Hylle station에 도착하면,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기차 칸마다 들어와서 신분증 검사를 한다. 2015년 11월부터 스웨덴은 Border control을 다시 실시하여,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EU 여권이나 National ID, 또는 쉥겐 국가의 거주허가증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때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경찰들이 바로 기차에서 끌어내린다. 나도 한 번은 그렇게 기차에서 끌려가는 외국인(겉모습이 난민처럼 보였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쓴다)을 보았다. 허가 없이 입국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같은 EU 국가를 이동할 때 매번 경찰들이 기차에 오르는 것이 약간은 살벌하게 느껴졌다.


스웨덴은 2015년 약 16만의 난민을 받아 EU 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했을 정도로 이전까지 난민 수용에 호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웠다. 2017년 3만 명 정도로 5분의 1 가량 그 수가 줄었으나, 스웨덴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은 난민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여론조사에서 대답했다. (2018.04 스웨덴 일간지 'Dagens Nyheter'기준) 유럽 국가 전역에서 늘어나고 있는 반이민/난민 정서가 스웨덴 또한 피해가지 않아, 이에 기대 극우 정당이 입지를 넓히는 추세라고 한다.

얼마 전 룬드에서 열린 Human rights film festival에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넘어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Season in France'를 보았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교사로 일했던 주인공 Abbas는 파리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다가 결국 난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불법 체류 끝에 어린 두 자식과 파리를 떠난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s://en.unifrance.org/movie/42910/a-season-in-france 이 사이트를 참고)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전까지 유럽의 난민 문제를 별로 고민해보지 않았었다. 유럽으로 밀려 들어가는 중동 또는 아프리카의 난민들은 한국에서 보기에 그들의 문제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신과 가족들의 오늘의 생존을 결정하는 일인 것을 생각하면 나의 이러한 태도는 너무나 무정하고 개인주의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패널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요? 감정적으로 접근하려고 과장한 것은 아닌가요?"라는 유럽 국가 학생(아마도)의 질문에 흥분하며 답하던 패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난민들을 위한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패널은, 자신은 이러한 가족을 하루에도 수없이 만난다면서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환경을 뛰어넘어 생각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인데, 그 학생의 질문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초기에는 이민자들에게 호의적이었던 스웨덴 사람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이유는, '자신의 생활을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서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민자들의 범죄율과, 관련 사업의 정부 예산 지출 통계들은 이러한 생각을 촉진시키는 요소일 것이다. 그럼에도, 스웨덴 정부에서는 이민자들을 스웨덴 사회에 온전히 통합시켜 자국 경제에 긍정적 요소로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난민들의 자립을 돕는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난민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룬드의 시민단체. (공식 홈페이지 http://flyktingarlund.se/)


덧붙여 말하면, 스웨덴 친구들은 내게 스웨덴 사람에게 이민자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스웨덴 사회에서 현재 이민자와 난민 문제가 중요하고 예민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올해 9월에 있을 총선에서도 난민들에 대한 정책이 중요한 관건이란다. 


정말 안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고 싶다. 스웨덴과 다른 국가들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국가에서 전쟁이 일어나 삶의 공간을 잃은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닌 것을. 세계 시민주의라는 말이 말뿐이어서는 안 되는 것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스웨덴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 화장실은 성별이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