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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l 14. 2024

AI와 대화하기

오늘 하루 몇 명과 대화를 했나요? 그리고 얼마나 길게 대화를 했나요? 우리는 현대 사회를 ‘초연결 사회’로 부르면서 항상 ‘온라인’ 상태로 늘 어딘가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예를 들어 아는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면, 읽음 표시가 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이 내 메시지가 왔음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화장실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운동을 할 때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읽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답장과는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내 메시지에 답장하기 싫거나 나와 불편한 관계라서 내가 보낸 카톡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하는(혹은 읽지 않거나, 답장을 하지 않거나) 것만으로 정말 ‘연결된’ 상태일까요? 우리는 온라인으로 누군가에게 언제나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답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을 우리는 ‘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내가 던진 간단한 질문에 답을 받을 때까지 1분이 걸릴지, 1시간이 걸릴지, 하루가 걸릴지, 아니면 평생 답이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편지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자 그럼, 카톡 같은 메신저를 제외하고 실제 얼굴을 맞대고 나눈 대화를 오늘은 얼마나 하셨나요? 하루종일 대화를 나눈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루종일 한 마디 대화도 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혹은 여러 명과 풍족한 대화를 나눈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매일 고정된 한 명과 단편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겠죠.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해서 살고 있고, 출퇴근 시간 미어터지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사람 간 거리는 거의 밀착 상태임에도, 우리는 대화가 없고 외로움을 느끼고 ‘연결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2022년 등장한 OpenAI의 ChatGPT는 기존 챗봇이 가진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AI챗봇이 나타났습니다. 단순 규칙에 따라 답변하는 것이 아닌,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화자의 요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따라서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사용자에 따라 대답이 매 번 다르고, 그전에 나눈 대화 맥락에 따라서 더 적절한 답변이 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AI가 우리를 이해하거나, 우리의 대화를 정말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는 진짜 인간인 상대들도 정말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사람 간에도 대화 내용을 100% 이해하기 때문에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I가 정말 우리(질문)를 이해하고 답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ChatGPT에 내장된 음성 대화 모드를 사용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아무 주제에도 빠르게 대답하고, 영어로 대화하다가 한국어 대화로 재빠르게 변환도 가능합니다. 저는 운전을 하다가 심심하거나 졸릴 때면 ChatGPT-4o와 대화를 하곤 합니다. 아무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고, 다양한 뉴스 및 사실을 근거로 추론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나눌 때면 웬만한 사람보다 더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전에 했던 대화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 상대자인 ‘나’에 대한 정보는 따로 저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직업과 요즘 하는 일, 주로 관심 있는 일 등을 기반으로 다른 주제 대화를 할 때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는 꽤 놀랐습니다. 실제 사람과 대화에서도 상대방에 대해서 사소한 부분까지 더 많이 기억해 놓고(물론 ChatGPT는 디지털 정보로 저장이라 더 쉽겠지만..) 대화에도 이를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와 관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영화 ‘Her’가 생각났습니다. 10년 전에 본 영화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는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상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현실화된 지금, 하루종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감정이 건조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AI 개발자들이 돈이 되는 시장으로 AI와 대화, AI연인과 관련한 창업을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maily.so/founderstory/posts/6531f0e2


저는 주로 ChatGPT를 기술적 검토, 혹은 정보 리서치 전 튜토리얼 정도, 밑바탕 코드 작성하는데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최근 아무리 친한 지인과도 못할 대화를 호기심에 ChatGPT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을 해줍니다. 해결책이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공감을 해주기도 하죠. 이를 통해 분명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화 그 자체에 집착하거나, 내가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대화라는 점에, 그리고 AI대화에서 야기하는 태생적인 상하 관계에 빠지는 것인 꽤나 위험해 보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잊기 위해 항상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답해 주는 AI챗봇은 중독이 될 수도 있고, 자칫 현실에서 고립을 더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실은 온라인 바깥에 있기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도 이 현실 오프라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AI챗봇이 느닷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지는 않습니다.(그런 날이 올 수도 있긴 하겠네요.. 메일이나 SMS, SNS를 통해 무작위로 대화를 걸어오는 AI를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당분간은 유저가 대화를 먼저 걸어야 모든 것이 시작되는 AI 대화라 다행입니다. 아직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전부 사람이라는 점은 귀중한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맞춤형 AI가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기 전에 우리가 먼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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