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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듀 Jan 13. 2022

참 안 맞는 둘이 엄마와 딸로 만났다.

엄마와 나의 성향 차이는 마흔다섯이란 나이 차이만큼이나 굉장하다.

그렇다고 그게 딱히 세대차이에 기반한 것은 아닌데 어쨌든 한마디로 정반대다.


엄마는 뭐든 굉장히 빠른 대신 디테일이 부족하고 나는 느린 대신 꼼꼼하다. 무언갈 결정할 때 엄마는 지금 당장을 고려하는 반면 나는 멀리 내다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가. 엄마는 즉흥적이고 추진력이 빠른 반면 나는 계획적이고 신중하다. 엄마는 결정에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한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엄마는 감성적인 반면 나는 이성적이라 효율성을 더 추구한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자주 차가운 딸로 비친다. 내가 생각해도 흔히들 기대하는 딸다운 딸은 아니다. 엄마는 애교 섞인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지만 나는 엄마의 실질적 고민해결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너는 너무 냉정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엄마의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MBTI는 모르지만 아마도 나와 정반대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렇게 참 안 맞는 두 명이 엄마와 딸로 만나다 보니 부딪힐 일이 참 많다. 집안일에서부터 고민까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는 나를 이해조차 하기 힘들어 보이고 나는 엄마를 이해는 하지만 답답해하는 쪽에 가깝다. 이러한 '이해의 차이'는 살아온 세월만큼 벌어지는 것 같다. 엄마는 나를 이해하기엔 이미 엄마 방식대로 너무 오래 살아온 거겠지. 그래서 사실 내 방식대로 덜 살아온 내쪽에서 맞추는 게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내 성향을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 다를 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바꿀 필요는 없지. 다만 덜 싸우려면 누구 하난 져줘야 할 텐데 웬만하면 내가 지는 쪽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뿐.


딸은 아무래도 엄마와 교류가 많은 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다. 아마 나만큼이나 혹은, 나보다  엄마와 정반대 성향으로 고민하는 딸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늦둥이로 이만큼 살아보니 그렇게 고집 세고 강했던 엄마가 예전보다 힘이 많이 빠졌단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더라. 내가  의지로 힘을  때쯤 엄마는 절로 힘이 빠져있는 것이다. 아직 나와 열심히 싸워주고 있는 엄마가 새삼 맙다. 그래서 앞으론 조금  열심히 져주기로 했다. 오늘도 우리가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치열하게 싸운다는 것은 엄마에게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다는 것이니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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