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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의 생각노트 Jan 29. 2022

격리 4일차: 격리 할때 필요한 준비물

 격리하며 쌓아온 나만의 생활 패턴 및 노하우

격리 4일 차라니. 이쯤 되니 나름의 생활패턴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눈을 뜨면 따뜻한 물을 친구가 선물해준 머그잔에 따라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정해진 분량을 다 읽고 나면 아침에 듣기 좋은 차분한 음악과(격리 기간 동안에는 20대 때 많이 듣던 일본 재즈 보컬리스트 리사 오노(Lisa Ono)를 들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라기엔 아직은 많이 몰라서, 일본어의 알파벳인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매일 아침마다 아이패드 위에 써 내려가면서 이 언어와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분명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까먹고 있을 테니, 한국 사람이 한글을 보는 것처럼 무의식 중에도 자연스럽게 읽힐 때까지 써 내려가야 한다. 굿 노트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PDF 템플 레잇이니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첨부('일어 연습 템플레이트')를 클릭하셔서 다운로드하여 가세요!

이렇게 하고 나면 보통 아침 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혹여나 너무 새벽 일찍 일어난 날은, 전날 저녁 도시락을 냉장고에서 꺼내 과일부터 먹고 비건 벤토의 주 메뉴인 두부와 밥을 먹으면 아침이 해결된다. 밥을 먹고 난 뒤에는 떠나기 전 엄마가 챙겨준 비타민C를 다시 따뜻하게 데워진 차와 먹으면서 자는 사이 업데이트된 업무를 구글 캘린더와 슬랙(Slack)을 열어 검토한다. 보통 업데이트가 많은 날은 전날 업무 리스트 중 마무리하지 못한 것과 마무리한 것을 구분하고, 오늘 해야 할 업무를 추가해서 나 스스로와 매니저에게 보고 한다. 이렇게 해놓으면 보고의 목적만이 아니라 어떤 우선순위로 일을 해결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구조가 잡히기 때문에 간단한 실수도 줄일 수 있지만 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9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을 정해놓고 (물론 그 시간보다 전에 그리고 후에 일하는 날들이 더 많지만), 조금 여유로운 날엔 전날 남편이나 가족들과 했던 대화, 그리고 일 외에 오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써 놓는다. 그 뒤에 다시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일어 교과서 책을 한 장 더 보거나, 격리 안내서를 읽어가면서 조금 낯선 이 언어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재택의 장점은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 안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데, 짜이지 않은 스케줄이다 보니 스스로에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30분씩 주면서 어떤 일을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짬짬이 그 시간을 잘 활용해 보려는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찍어놓은 영상을 편집한다던지, 오늘 써야 하는 글 제목을 간단하게 써본다거나, 점심을 먹으면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한테 안부 전화를 건네기도 한다.


욕조에 풀어놓은 배쓰밤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 빼고는 한국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혈액순환이 엄청 원활한 편이 아니어서 기초 대사량을 높일 수 있는 대체 방안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이 좁은 방 안에도 욕실이 있어서 (남편 말로는 보통 이런 데서는 대부분 욕실을 쓰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일이 다 끝날 때쯤 무렵 욕실에 따뜻한 물을 받아 신혼 때 선물 받은 향기 좋은 배스 밤이나 배스 솔트를 뿌려놓고 물이 찰 때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레 잠도 잘 오거니와 다음날 아침이 개운하다. 추가로, 4일 동안 굳어있는 몸을 풀기 위해 '땅끄 부부의 만보 걷기'를 했는데, 영상을 다 끝내고 나니 만보는 아니지만 5 천보 조금 안 되는 걸음수를 달성했고, 분명한 것이 안 한 것과는 차이는 극명했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W1pnq0b8Hs)


추가로, 이런 스스로의 노력도 좋지만 생각하지 못한 선물들을 받았을 때 답답한 방한칸의 하루가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3일째 되던 날 내가 받았던 선물과 스스로에게 했던 선물은 아래와 같다:


1. 회사 동료가 보내준 꽃 바구니

3일째 점심이 조금 지난 오후, 여자 검역원이 무릎 높이 안 되는 박스를 들고 나의 문을 두드렸다.


박스 위에는 일본 지사에서 일하는 동료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뭐라도 보내주고 싶었다며 작은 꽃바구니와 편지, 그리고 여러 장의 핫팩과 욕실에서 쓸 수 있는 배스 쏠트를 보내줬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 들 사이로 전해지는 꽃향기가 답답했던 방안을 메워주는 것 같아서 밖을 나가지는 못했지만 잠깐이나마 밖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정말 고마웠다. 격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보다, 누군가가 시설 격리를 한다면 나도 이런 선물을 보내주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 우버 이츠로 시킨 LAWSON 크로와상, 치즈 초콜릿 케이크, 그리고 라테

며칠간 비건 벤토만 먹어서 그런 건지, 평소에 잘 찾지 않는 크로와상이 먹고 싶었다. 이런 시원 섭섭한 허기를 느낄 바에, 첫날처럼 벤토 3개를 계속 받았어야 했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이날만큼은 허기가 지는 바람에 (정신적 허기였을까...) 쉬는 시간에 우버 이츠로 근처 편의점에서 크로와상, 치즈 초콜릿 케이크, 찹쌀떡 롤, 그리고 라테를 주문해 보았다. 대부분의 메뉴들이 간략한 영어와 일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메뉴 하나 보는데 이전에 없던 열정과 집중력을 발산한 나머지 평소에 잘 읽히지 않던 가타카나 가 익숙해지는 기적을 맛보게 된 것과, 혼자 이런 온라인 주문을 타지에서 해봤다는 어린아이 같은 성취감에 도취되어 순간 격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나이스!).


얼마 뒤에 도착한 라테는 급하게 달려오던 배달원의 뒷좌석에서 간신히 매달려 왔는지, 입에 잔뜩 물은 거품을 사방으로 쏟아 낸 것이 부족했는지, 호텔 검역원들의 거친 손길을 거치고 난 뒤 녀석의 모습은 정말 볼품없었다. 하지만 같이 달려온 LAWSON(NATURAL FOOD 브랜치) 크루아상은 비교적 차분하게 아무 손상 없이 도착했고, 얼마 남지 않은 라테와 함께 먹었을 때의 조합이 너무 좋아 일본 편의점 음식 수준을 감탄하며 맛있게 먹었다 (초코 치즈케이크는 생각보다 별로였고, 찹쌀떡 롤은 품절이 되어 배달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여러 가지의 사건들로 빠르게 격리 4일 차가 넘어갔지만, 아직도 잠을 청할 땐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중에라도 일본이나 다른 곳에서 격리하는 사람들이 준비하거나 격리 중에 하면 좋을 것들을 한 번 더 아래에 정리해보았으니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2022-01-29

Tokyo, Japan



격리할 때 챙기면 좋을 것들

1. 꾸준히 물을 마실수 있게 도와주는 티백 및 그 외 제품들

- 차 :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라 공간 자체도 굉장히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계속 마셔야 한다. 그냥 생수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차를 추천하는데 준비할 때 과일 향 나는 차보다는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국산차 보리차, 국화차, 옥수수차, 우엉차 등이 물을 계속 마실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참고로 따뜻한 차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따뜻한 물에도 오그라들지 않는 가벼운 머그잔이 격리기간 동안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 이온 음료: 링티 같은 이온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 패킷을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 핫초코나 커피믹스: 격리 시설 음식을 먹다 보면 단 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특히 추운 겨울에 격리를 하는 본인이 평소에 찾아 먹지 않는다고 챙겨 오지 못한 핫초코와 커피믹스가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생각이 났던 것 같다


2. 비타민과 비상약

- 유산균과 기존에 복용하고 있던 비타민이 있다면 꼭 챙겨 와서 이럴 때일수록 규칙적이게 먹어주는 게 좋다.

- 타이레놀, 감기약: 격리 시설로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하고 짐까지 옮겨야 하는 상황이면, 몸살이 안 나는 게 이상하다. 본인 같은 경우 첫날 살짝 몸살끼가 있었는데 엄마가 챙겨준 타이레놀 덕분에 살아났다.

- 변비약: 움직임이 적은 만큼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행히 이번 격리 때 사용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챙겨 왔기에 심적 안정감을 느꼈다.


3. 몸의 온도를 높여줄 수 있는 제품들

- 수면양말과 여분의 따뜻한 옷: 가만히만 있다 보니 본인 같이 저체온의 사람들은 그냥 양말로 버틸 수 없다. 수면양말을 적어도 두 개는 꼭 챙기고, 핫팩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 배쓰 밤, 배쓰 솔트: 욕탕이 있을지 모르니 이건 무조건이다. 화장실에 배쓰 밤을 비취해 놓으면 향도 좋을 뿐만 아니라 반신욕이 밤에 잠이 잘 오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어도 매일 하나씩 쓸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분량을 챙겨 오는 걸 추천한다.




모두가 다시 여행을 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만 격리 5일째를 즐겨야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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