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격리 해제 과정의 짧은 요약
오늘이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는 날이다.
짐은 이미 어제 한차례 정리했지만, 혹시나 놓고 가는 게 없는지 한번 더 확인 차 주변 정리를 했다 (그렇게 꼼꼼하게 정리했는데도 불구하고 컴퓨터 충전기가 도착해보니 사라져 있었다). 보통은 어딘가를 떠난다는 게 아쉬운 기분이 들 텐데 이번만큼은 아쉬운 게 하나 없었고, 단지 타국에 왔으니 내가 거주했던 한국이나 캐나다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국뽕) 머물렀던 방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했다.
격리 해제가 되는 날의 타임라인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보았다.
오전 6시 - Saliva Test
격리자들은 총 2번의 PCR 검사를 중간 날(6일이라면 3일 차)과 마지막 날에 받아야 한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보편적으로 Nose Swap Test(면봉으로 인두의 분비물을 채취해 검체로 사용하는 방식) 대신 Saliva Test(침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검체로 사용하는 방식)로 검사를 진행하지만 아무래도 침 분비물을 모으기 어려운 어린 아이나 노인들은 우리가 익숙한 인두 검사를 선택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공항 검사장에서 신맛 과일을 봐도, 턱을 문질러 봐도 침이 나오지 않아 몇 분이 지나도 모이지 않는 침을 보고 안타까웠는지 검역원은 코를 빠르게 찔러 주겠다며 어린아이들이 앉는 의자로 나를 초청했다. 나중에 남편을 통해 알았지만 검사 결과 인두보다는 침이 더 빨리 나온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진단하는 당일은 오전 6시부터 15분간 (1) 진단 대상자들의 문 앞에 걸려있는 검사 키트로 표기된 양만큼 침을 담아 다시 문 앞에 걸어 놓아 달라는 요청과 (2) 체온을 측정하여 애플리케이션에 보고해달라는 요청 방송이 전층에 요란하게 울린다. 문고리에 걸린 검사 키트에 침을 모아 다시 문고리에 걸어 놓으면 얼마 뒤에 온몸을 비닐로 포장한 검역원이 채취된 검사 키트 겉면에 표기된 격리자 확인하고 나에게 다시 한번 그 이름을 소리 내서 확인을 부탁한다.
오전 9시 - 아침 식사
마지막 아침이니깐 기대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열어본 아침 벤토는 정말 너무 형편이 없었다 - 아니 성의가 없었다. 손바닥 양도 안될 만큼의 샐러드와 정체 모를 비건 고기, 가지 두 조각, 그리고 또 두 조각의 감자 웨지. 물론 오트밀과 토마토 주스, 그리고 두유가 있었지만 정말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로 아침을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 전날 저녁 벤토 속에 차가워진 밥과 정체 모를 고기를 함께 먹었다.
오전 12시 - 점심 식사
그래 아침이 부실했으니깐 점심은 괜찮을 거야 하고 다시 한번 좋은 마음으로 점심을 열어보았다. 외관으로는 아침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처음으로 먹던 음식을 뱉어야 했다. 정체모를 비건 고기 모양의 음식과 오이 반찬은 온몸이 짜릿 해질 정도로 짰고, 강낭콩은 사탕만큼이나 달았다. 그나마 아무 간이 되어있지 않은 두부와 그 위 청경채 몇 조각, 그리고 흰밥 조금으로 배울 채웠고, 함께 딸려온 과일 몇 조각과 아침에 받은 두유로 점심 식사를 마무리했다. 이 브랜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오후 2시 - 갑작스러운 인터넷 끊김
갑자기 방에 인터넷과 전기가 모두 멈춰버렸다.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방안을 견디기 위해 화장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방안을 따뜻하게 유지했고, 그렇게 30분이 조금 지나고 난 뒤에야 다시 전기와 인터넷이 원상 복귀되었다. 3시 차가 첫차이며, 떠나기 1시간 전 미리 연락을 준다는 콜 센터 직원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는데 내 방 전화통은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다. 남편 같은 경우 격리 해제날 연락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콜 센터에 연락했는데 그 연락받은 직원이 차가 곧 떠나니 5분 만에 나오라고 해서 급하게 나갔었던 경험이 있다. 혹시 모르니 나도 3시가 되어도 연락이 없으면 콜센터에 연락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
오후 3시 - 콜센터에 전화하다
결국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해 콜센터에 연락했다. 콜센터 직원은 확인 뒤에 연락 주겠다면서 전화를 끊었고, 얼마 안 되어서 다른 직원으로부터 주변 정리를 하고, 카드키는 챙긴 뒤, 투숙했던 방의 문을 열어 놓고, 모든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정리는 이미 완벽하게 해 둔 상태였다. 이불과 베개는 곱게 접어놓고, 격리 기간 동안 줄 세워 놓은 플라스틱병들은 큰 봉지 하나에 분류해서 넣었다. 사용했던 타월도 청소하는 분이 쉽게 가져갈 수 있게 정리해서 놓았고, 책상 주변과 창틀에 앉은 먼지들도 (매일 닦아도 생기는 먼지) 여분의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얼른 나가자.
오후 3시 15분 - 호텔 로비
호텔 로비로 내려오면 정문 앞에 비취 된 부스에 앉아있는 검역원 직원에게 내 룸 카드키와 체온 측정기를 제출하고 호텔 앞에 버스에 짐을 실어 놓은 뒤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오후 4시 - 나리타 공항으로
짐을 버스 앞에 두면 기사 아저씨가 직접 그 짐을 버스에 실어주신다. 버스에 탑승해서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보기 쉽게 표기되어있기에 탑승자들 사이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이동했다. 모든 탑승객들의 신원 확인을 마치고 나니 우리를 실은 버스는 다시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갔다. 다시 나리타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그 격리 시설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한 나머지 불평 대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 어디든 괜찮으니 얼른 여기서 떠나요 기사 아저씨.
이렇게 공식적인 과정을 다 마치고 나서 드디어 남편을 공항에서 다시 재회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몸에 긴장이 풀리기도 했다. 집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우리는 격리 내내 따뜻한 커피라고는 마셔 볼 수 없었던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손에 들고 집으로 향했다.
가자 우리 집으로.
2022-01-30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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