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A.P.C : 역시 “simple is best”
일명 아페쎄라고 불리는 A.P.C 프랑스 브랜드는 장 뚜이뚜가 1987년도에 남성복을 처음 선보이면서 출시한 브랜드이다.
네이밍에 의미는 프랑스어로 ‘창작과 제작의 아틀리에’(Atelier de Production et de Creation)의 축약어인데 실제로 장 뚜이뚜는 네이밍에 담은 정의를 “패션이 창작에 치우치면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일 테고, 프로덕션에 치우치면 컴퓨터로 뽑아낸 듯한 지루한 옷이 될 것 같아. 아페쎄에서 만드는 옷들은 아틀리에에서 창작과 프로덕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패션이라고 하였다.”
확실히 아페쎄의 의류들을 보면 이러한 트렌드를 쫒지 않고 확고한 브랜드 신념을 지키겠다는 정신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중에 제일 대표적인 것이 데님 바지이다. 정확히 말하면 1900~60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셀비지 방식의 데님이다.
지금의 데님 바지에 보편화되어있는 방식은 촘촘하고 균일한 기계식 방식으로 부츠컷이나 다양한 핏을 연출할 수 있지만 달리 말해 셀비지 방식은 이러한 점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규칙한 원단 때문에 거칠고 표면이 단단하여 마치 갑옷은 입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입는 사람의 체형과 습관에 따라 바지의 모양과 형태가 달라지고 생지 원단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에이징이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면서 색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처음에 입었던 바지와 지금의 바지는 형태와 촉감이 점차 달라지고 진짜 내 옷이 된다.
또한 아페쎄의 또 다른 매력은 드러나지 않지만 드러내질 수밖에 없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많은 의류 브랜드들은 티셔츠에 크게 로고를 박거나 로고가 박힌 텍을 넣어 해당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곤 한다.
하지만 아페쎄는 로고나 텍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지만 아페쎄만의 특별한 색상의 색이 바랜 셀비지 바지를 보면 한눈에 봐도 아페쎄 브랜드 데님임을 알아볼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장 뚜이뚜의 브랜드 전략인데,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할 만큼 데님 하나에도 심플한 디자인에서 복잡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아페쎄를 보면 글쓰기의 초반에 다루었던 브라운 디자인 철학이 생각이 나곤 한다.
상품을 하나의 제품으로서가 아닌 예술로서 접근하고, 군더더기와 장식을 첨가하여 아름다움을 돋보이는 것이 아닌 최대한의 절제와 균형을 맞춘 디자인으로서 고객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역시 “simple is best”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