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영상디자인 스튜디오, 랜더링만 72시간
두 번째 회사는 영상디자인 스튜디오였다.
사실 스튜디오라고 말하기도 작은 회사였고, 선배가 회사를 관두고 작게 차린 스튜디오의 첫 멤버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때도 대학교 3학년 무렵이었고 당시 듣고 있던 수업이 영상, 모션 디자인이었기에 엄청난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은 4명이었고 선배가 감독으로, 이팩터 담당 언니, 편집 담당 오빠였고 나는 잡다한 것을 다하는 조무래기를 담당했다. 사실 학교를 다니는 시즌에는 촬영에는 참여를 못했고 영상 소스를 그려주거나 이팩터 보조를 해주는 정도로 작업을 했었다.
방학이 시작되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촬영을 나갔었는데 당시에는 월급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교통비만 받고 촬영장비를 들고 다니면서 즐겁게 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아디다스 스케치 영상이었고 아디다스 대표 인터뷰 촬영이었다. 처음으로 서브 카메라를 맡게 되었는데 너무 긴장했던 걸까 마이크가 연결이 안 되어있는 채로 촬영되어 내가 촬영했던 영상은 통째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때 선배한테 처음으로 꽤나 혼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 기업행사 영상제작 때였는데 짧은 기간 동안 인터뷰부터 오프닝, 엔딩 영상까지 제작해야 했었던 프로젝트였다. 일주일은 지방 촬영을 가고 다녀와서 가편집 후 다시 다른 영상 제작을 해야 했는데 정말 우당탕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욱이 많은 영상들을 한꺼번에 랜더링을 걸어서 뽑아야 했기에 랜더링만 3일이 걸렸는데 랜더링을
거는 도중에 컴퓨터가 멈출까 봐 그 앞에서 쪽잠을 자면 돌아가면서 상태를 확인했었다.
일 년 반 동안 일하면서 힘들었지만 재밌던 기억이 많았었는데, 그래도 영상 디자이너로 방향을 잡진 않았다. 경험을 해보면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프레임 안에 한 스토리를 넣기보다 한 장의 한 작품 안에 스토리와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