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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엔탈익스프레스 Apr 11. 2022

초딩 남매와 첫번째 나들이 - 충북 안전체험관

재난안전체험과 화재안전체험 가능! 

 야심찬 휴직 목표 매주 한번씩 나들이 가기를 실천하기 위해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곳을 검색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외를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고 실내로 갈 수 있는 곳들은 코로나 때문에 쉬고 있는 곳들이 많았다. 


 게다가 우리 11살, 8살 남매의 취향도 고려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유치원 다니던 미취학 아동 시절이 가장 갈만한 곳이 많은 때가 아니었나 싶다. 작은 것에도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집을 떠나 어떤 낯선 곳에만 가도 흥미로워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랐고, 그 전에는 집 밖에 나가기만 하면 어떤 경우에도 잘 나오지 않았던 '시시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나마 11살 큰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여 문화적 취향이 얼추 어른과 비슷해지고 있어 성인들을 위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데려가도 괜찮을 듯 싶었지만, 까불이 8살 둘째는 어른들을 위한 장소에 가면 지루해했고,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곳에 가면 시시해하는 애매한 상태였다.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 검색결과를 지나치다가 눈에 띈 곳은 안전체험관이었다. 초등학생들 대상인데다가 체험 위주로 되어 있어 둘째도 좋아할 것 같았다. 세월호 이후 강조된 안전 교육의 영향인지 각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가까운(사실 그다지 가깝지도 않지만 어쨌든 같은 수도권이란 심리에서) 서울에도 안전체험관이 있었지만 역시 코로나 때문에 휴관 중이었다. 휴관하지 않은 안전체험관 중 가장 가까운 곳이 청주에 위치한 충북안전체험관이었다. 조금 멀지 않나 생각했지만 먼 곳이면 학기 시작하고 나면 더 못갈 곳이기에 큰 맘 먹고 다녀오기로 했다. 

안전체험관 도착! 

  경기도 남부인 집에서 청주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이 지루할 때쯤에 체험관에 도착했다. 우리는 재난안전체험과 화재안전체험을 예약했는데, 어른도 같이 예약할 수 있어 재난안전체험은 나까지 예약했고, 화재안전체험은 예약 가능한 자리 수가 모자라 아이들만 예약했다. 나는 꽤 철없는 어른이라 체험을 한다는 생각에 설렜고 화재안전체험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다. 


 재난안전체험에서는 통째로 흔들리는 집 세트장에서 강도가 강한 지진을 체험해보는 지진체험과 교통사고가 났을 때 버스에서 탈출해 보는 활동을 하는 사고 현장 체험이 흥미로웠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진은 생각보다 강했다. 아이들과 흔들리는 집 세트장 안 책상 밑에 숨어서 이게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사실 아이들이 생긴 뒤로 그런 상상을 자주 했었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혹은 지진이나 쓰나미 때문에 우리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생기고 난 뒤부터는 재난영화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재난영화 뿐이랴? 어떤 이야기든 아이들이 무슨 해를 입는 장면이나 설정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세상 무엇도 겁나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소중한 것이 생기며 두려움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완강기 타고 내려오기 체험 중인 둘째 

 재난안전체험이 끝나고 나서 바로 화재안전체험을 시작했다. 이번엔 아이들만 예약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체험관 내에서 서성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아이들은 불 끄는 체험도 해 보고 탈출용 미끄럼틀도 타 보고 완강기에 묶여서 약 5m정도 높이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두 개의 체험을 마친 후 체험관을 나와 청주의 오래된 맛집이라는 서문우동에 가서 우동과 짜장을 먹었다. 연륜 있는 가게들이 그렇듯 뭔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내공 깊은 맛이었다. 아이들은 우동과 짜장이면 언제든 오케이였고 나가는 길에 집에서 기다릴 남편을 위해 가게에서 같이 팔고 있는 옛날 빵들도 포장해왔다. 우리가 갔을 때는 유명한 빵들은 다 팔리고 없었지만... 집에 와서 한 입 얻어먹으니 빵도 맛있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첫 나들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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