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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Feb 03. 2021

다도에서 발견하는 UX

일상에서 발견하는 UX : 다도와 좋은 서비스가 닮은 점


2020년 한 해 동안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으니, 바로 "다도"다.


다도라는 단어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벽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도는 우리 생각보다 간단하며 큰 만족을 가져다주는 과정이다.


사전에 다도의 뜻을 찾아보면,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로써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라고 한다.


'차를 마신다'는 행위를 떠올릴 때 우리는 티백을 뜯어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도는 차를 마시는 것이 단순히 우려 마시기보다, 전체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라고 한다.


무엇이 생각나지 않는가?


몇 개의 다회도 참석해보고, 집에서 간단히 마시는 다도를 취미로 가꾸어 나가다 보니 다도가 꼭 '사용자 경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을 사용자라고 가정해보자.

사용자는 차를 마시기 위하여 많은 다구로 차를 우리고, 마지막에는 평온한 마음까지 얻게 된다.

사용자가 차와 다구라는 Channel을 수없이 거치면서 평온함이 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실로 UX에서 추구하는 감성과 의미성을 동시에 지니며, 필수 요소인 사용성과 유용성을 갖춘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내가 취미로 즐기는 '간단한 다도'가 '나'라는 사용자에게 어떠한 여정을 제공하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다구 소개


내가 주로 사용하는 다구를 중심으로 정리해본 기본 다구이다.   

내가 사용하는 다구
- 다관 : 짧은 시간 동안 찻잎을 우리기 위한 주전자 모양 그릇.
- 숙우 (공도배) : 다관에서 우린 차를 찻잔으로 가져가기 전에 식히기 위해 사용하는 용기
- 거름망 : 숙우에 차를 따를 때 함께 나오는 찻잎을 걸러내 주는 망
- 뚜껑 받침 : 다관에 찻잎을 넣거나 물을 따를 때 잠시 다관 뚜껑을 두는 용도 (나는 컵을 뚜껑 받침 대용으로 쓴다)
- 찻잔 : 차를 마시는 잔. 보통은 소주잔 크기의 작은 잔을 사용한다.


다도 단계 소개

위의 다구로 집에서 다도를 할 때 만나게 되는 단계들을 정리해보았다.   

1. 찻주전자에 물을 넣어 물을 끓인다.
2. 끓이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다관에 찻잎을 넣는다.
3. 물이 다 끓여지면 다관 뚜껑을 열어, 뚜껑을 뚜껑 받침에 놓고 다관에 물을 붓고 5초 정도 기다린다.
4. 숙우 위에 거름망을 놓고, 우려진 차를 붓는다. 그리고 숙우에 담긴 차를 다시 찻잔에 따른다.
5. 이 모든 차들을 버린다. (다도에서는 첫 번째로 우려진 차는 '세차'한다 하여 마시지 않고 버린다.)
6. 다시 끓여진 물을 다관에 붓고, 5초 정도 기다린다. (다관 뚜껑을 뚜껑 받침에 놓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7. 숙우 위에 거름망을 놓고, 우려진 차를 붓는다. 숙우에 담긴 차를 찻잔에 따른다.
8. 차를 마신다.
9. 이 과정을 약 5-10번 반복한다.


글로 나열하니 꽤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직접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동일한 패턴의 반복을 통해 각 다구의 완벽한 사용성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찻잔이 그리 작은 이유는 끊임없이 우려 지는 차의 특성 때문임을 다도를 하며 스스로 깨달았다.




이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서 각 단계별 다구들 간의 관계와 사용할 때 감정을 보여주는 Rapid journey map을 그려보았다. (물론 여기에서의 사용자는 나다.)

다도 Rapid Journey Map


사용자 감정은 다구(채널)들을 거쳐가면서 점점 좋아진다. 과정상 마주치는 문제들은 다른 다구로 해결이 되고, 다구를 통해 만족감을 더 느끼기도 한다.



왜 다도가 매력이 있을까?


사실은 티백을 뜯고 끓여진 물에 우리는 게 차 마시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왜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기 위해 이 긴 여정을 감내하는 걸까?

이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서비스를 접근할 때 우리(사용자)가 고려하는 UX 요소와도 비슷했다.



1. 채널 간 긴밀하며 필수적인 관계


Rapid Journey map에서는 앞서 소개했던 그 많은 다구가 사용되고 있었다. 오히려 취미로 몇 개의 다구만 구비하여 시작하면 없어서 조금씩 더 사게 된다. 이게 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정말로 다 필요하다. 다구를 사용하다 보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낄 때가 많다. 다구들이 각자 관계 속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하면서도, 최대한으로 효율을 주기 때문이다. 

좋은 서비스도 결국 이와 같은 긴밀한 요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 필요한 자리에 그에 맞는 채널이 들어오게 될 때, 그리고 그러한 채널 간의 관계가 시너지 효과를 낼 때, 그 서비스는 좋은 서비스가 된다. 



2. 오감에서 오는 총체적 경험


알록달록한 다구와 차를 보는 시각, 물을 끓이거나 차를 따를 때의 청각, 차의 향기를 느끼는 후각, 차를 마실 때의 미각, 다구들을 이리저리 만지는 촉각의 5가지 감각이 다도에는 다 존재한다. 어떠한 경험이든 오감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3. 하나의 "의식(Ritual)"이 되는 행위


앞에서 나열한 다도의 단계들은 '차를 마신다'는 목적만 있지 않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덜어내는 것부터 찻잔으로 차를 마시기까지 전체 과정이 목적 자체가 된다. 감정 맵에서도 마지막 단계인 '차를 마신다'에만 만족감이 있지 않고, 전체 과정에서 골고루 만족감이 나타나듯 말이다.

이는 즉, 전체 과정이 사용자 개인에게 삶 속 '의식'으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도뿐만 아니라 우리는 무언가를 사용할 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는 여정 전체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삶 속에 빠질 수 없는 '의식'으로 자리 잡을 때 만족감이 배가 된다.




다도를 취미로 시작하며 마음의 안정을 많이 얻기도 하고, 가끔은 평온함과 상관없이 과정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또한 가끔은 정말 '차'를 마시기 위한 목적을 위해 다도를 하기도 한다.


다도를 UX로 바라보며, 사용자 경험은 하나의 과정만을 설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용자가 원함에 따라 목적도 시시각각 변한다. 가끔은 감성적인 면만을 원할 때도, 가끔은 서비스 사용에 대한 만족을 원할 때도, 가끔은 하나의 목적 달성만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고려가 필수적이다. 전체 과정에 대한 큰 틀에서의 설계와 채널 등 디테일한 설계가 있어야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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