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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화 Jun 27. 2021

만성적 불만쟁이의 여행

대만 타이페이

나는 아주 불만이 많다  

4박 5일 타이페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    


덥다 너무 너무 덥다 

8월 평균 기온은 29.2도 

습도도 높다 

사우나에 던져진 것 같다  

남쪽이어서 그런지 햇빛도 한국보다 훨씬 강했다 

썬글라스 없이는 눈이 부셔 불편했고

관광지에도 그늘이 없어 

조금만 걸으면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때 드러그스토어에서 발견한 이것 

겨울에 핫팩이라면 

여름엔 아이스팩 


심지어 한국거다 '얼음꽁꽁'  

가운데 물주머니 같은 것을 주먹으로 꽝꽝 쳐서 터뜨리면 

순식간에 팩이 차가워진다  

하지만 타이페이의 더위에 

시원함은 얼마 가지 못했다 

한 5분?  

더 불만이었던 것은 

시원함이 가시면서 이상한 끈적한 물질이 새어나왔다는 거다  

아주 찝찝해져서 얼른 내다버렸다  


원래 7~8월 타이완에는 

태풍이 자주 온다고 했다 

덥지 않으면 비바람이 닥치니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여행한 5일 중 하루만 비가 오락가락 했으니 

찌는 듯한 더위가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상하게도 한국에 돌아온 후 태풍이 심해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워서 매일 뾰루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다  

게다가 한국도 만만치 않게 덥고 습해졌다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열대야도 왔다갔다고 했다 

왠지 승리감이 들었다    


길거리를 메운 취두부 냄새도 참기 힘들었다 

썩힌 두부를 튀겨서 온갖 소스에 담가 먹는다 

그 썩힌 큼큼한 맛으로 먹는거라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삭힌 홍어 같은 건데 

다른 점은 

홍어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지만 

중화권 사람들에게 취두부는 떡볶이같은 국민 간식이라는 것..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남이 먹다 버린 썩은 두부를 주워다 튀겨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좋아

그 후로 명나라 군인들이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지우펀 시장통과 스린 야시장 등 길거리 뿐 아니라 

지하철 역 편의점에서도 취두부 냄새는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로 못느꼈는데 

지우펀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오는 

밀폐된 버스 안에서 

앞에 앉은 현지인이 먹는 바람에 토할 것 같았다  

10여분간 코를 싸매고 참아보았지만 

결국 그 여자의 등을 두드렸다  

디스거스팅 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꾹 참고 

'I'm sorry but it smells bad for me'

라고 말했다  

그 여자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리얼리?' 라고 했다 

취두부 냄새가 역하다는 얘기를 

난생 처음 들어본 듯한 표정이었다  

다행히 미안하다며 취두부가 든 비닐 봉다리를 치워줬다     


아 또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인천에서 출발해 타이페이 서북쪽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내린다 

귀국도 마찬가지 

타오위안에서 타이페이 시내까지는 버스(1819번, 125위안)로 약 1시간  

그런데 진에어 이스트항공 등 저가항공은 

김포를 출발해 타이페이 시내 송샨공항으로 내린다 

몰랐다 

또 화가 났다  

비싼돈 주고 뱅기타서 

더 멀리 내린다니 

참을 수 없다  

앞으로 대만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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