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경화 Jul 03. 2021

여름, 뉴욕 (5) sleep no more

2016년


밀린 일을 하려고 노트북 들고 카페 왔는데 도저히 하기 싫다. 뉴욕 사진첩만 뒤적거리게 된다. 여행 중에는 뉴욕이 백점 만점에 백점은 아니다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회사 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만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감사히 휴가를 보냈어야 했다. 일단 일은 음..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자아아아


슬로 모션이 압권인 피날레 장면. 구글에서 가져옴!


여행 출발 전 내가 준비한 것이라고는 '슬립 노 모어 Sleep no more' 티켓 예약 뿐이었다.

원래는 뉴욕 가면 뮤지컬 '해밀턴'이 보고 싶었는데, 요새 뉴욕에서 해밀턴 표 구하기가 총 구하는 것보다 어렵다던가. 아카데미 수상을 하면서 암표 가격이 1000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선배 한 분이 '슬립 노 모어'를 강력 추천해줬다. 

공연은 '맥키트릭 호텔(the McKittrick Hotel)'에서 이뤄진다. 첼시 북쪽 낡은 호텔 하나를 완전히 개조했다. 5층짜리 호텔에는 방이 100개쯤 된다. 배우들은 이 방들을 돌아다니면서 연기한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배우를 따라다니면서 공연을 본다. 배우가 10명쯤 되는데, 누구를 따라다니느냐에 따라 내가 보는 스토리가 달라진다. "와 미쳤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무작정 이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다. 

7월 7일 저녁 호텔을 찾아갔다.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는 것부터 공연의 시작이다. 기본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각색했다. 줄거리보다는 뽈뽈 거리며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인공은 따라다니는 관객이 너무 많아 놓치기가 쉬웠다. 좁은 계단으로 멕베스를 따라다니다 놓치고는 눈 앞에 나타난 마녀를 쫓아갔다. 중간에 배우가 눈을 마주치며 속삭이기도 한다고 했는데, 진짜로 마녀가 내 손을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 함께 춤을 췄다. 그러더니 볼 뽀뽀를 해주고는 사라졌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 보는게 '크리에이티브'의 한 종류일 것이다. 어떤 새로운 뮤지컬이나 연극이라도, 관객은 가만히 앉아 그것들을 지켜보는 역할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는데, 그걸 뒤집었다. 관객이 뛰어다니면서 배우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배우들의 호흡이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한두번 봐서는 모든 스토리를 꿰기 힘들어서 세번 네번 다섯번씩 본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방마다 꾸며 놓은 디테일도 짱이다. 캔디방에서는 진짜 캔디를 꺼내 먹어도 되고,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어보면 저쪽에서 모라모라 떠든다. 정말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역시 천조국 짱! 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찾아보니 영국에서 기획한거라고 한다.)  



Tip. 공연을 보려는 분들이 있다면,  
○체크인 시간이 7시부터 30분 간격인데, 일찍 들어갈 수록 많은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무조건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짐은 모두 체크인 카운터에 맡기기를 추천한다. 세시간 빡센 운동 한다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같은 내용이 세번 반복되므로, 만찬 장면이 지난 뒤엔 새로운 배우를 따라가 보자.
○19금 주의! ㅋㅋㅋ  



작가의 이전글 여름, 뉴욕 (4) moma & Warho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