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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Mar 30. 2022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나에게는 오디세이였다

feat. 게놈.. 이런 개놈...

게놈(Genome).. 이런 개놈...


다사다난하거나 위험한 오랜 여정 혹은 경험을 '오디세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오디세이였다. 분명히 시간도 지나가고 책장도 넘어가는데,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내용 때문에 내 숨이 더 넘어가는 듯했다. '아.. 게놈(Genome).. 이런 개놈...'

게놈이라니... 유전체라니... 평소 관심은 눈곱만치도 없는 분야인 데다가 문해력도 높지 않다 보니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결국 책을 완독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 하나 접거나 밑줄 그은 곳이 없었다. 책이 깨끗하니 다시 팔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다. 어떤 식으로든 쓸모없는 건 없나 보다.


진정한 영웅은 힘이 얼마나 센지가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큰지로 정해지지.

- 제우스, <헤라클레스>




그래도 배우는 건 있다


<게놈 오디세이>, 유안 A. 애슐리
모름지기 과학은 쉬지 않고 나아가는 법이라, 학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보고된다. 그렇게 새 논문들을 읽어 가면서 새로워진 시선으로 예전 염기분석 데이터를 다시 살피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답이 종종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 <게놈 오디세이>, 227p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언제나 책을 읽고 나서 배우는 건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씽큐온이라는 독서모임에 참여를 해오면서 큐블리케이션 도서들을 읽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나의 관심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책의 난이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벽돌책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꾸준히 큐블리케이션 도서들을 읽는 이유는 큐블리케이션 도서들에 대한 일종의 '확신'과 '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병이 있는 집안이든 아니든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유전자'와 '나쁜 유전자'를 모두 남기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자연의 섭리다. 물론 유전자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하면 더했지 그에 못지않게 가치 있는 게 따로 있다. 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그 사람이 상대방을 대하는 말과 행동, 그가 자라온 환경, 역경을 만날 때 발휘하는 정신력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게놈 오디세이>, 346p


관심 있는 분야의 책만 읽는다면 자칫 편협한 시야를 갖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되면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이것은 때때로 '사고의 확장'을 넘어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게 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큐블리케이션 도서들을 읽어오면서 내가 경험했던 확장과 전환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꾸역꾸역 읽거나 이해를 못 하는 책들이 신기하게도 시간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게놈 오디세이> 역시 마찬가지다. 최신 의학과 과학의 흐름에 대해 100% 이해를 못 한다 하더라도 무언가를 인식하고 있느냐와 없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희귀병에 걸린 환자가 유전체 검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그런 것이 있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유전체 검사가 비록 희귀병을 완벽하게 밝힐 수는 없을지라도 그걸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큐블리케이션 도서들을 꾸준히 읽어 나가며 나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나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확신한다. 비록 (속으로) 욕을 내뱉을지언정 이 여정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기수의 책들은 또 어떨지 기대된다. 그리고 점점 성할 나의 모습은 더욱더 기대된다!


사람들은 1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 뒤 이룰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 월리엄(빌) 헨리 게이츠 3세






* 참고 : <게놈 오디세이>, 유안 A. 애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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