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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Aug 29. 2021

BTS가 영감을 받았다는 '영혼의 지도'


우리는 모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내향적인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친화력을 키우라'는 아버지의 말에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이런 콤플렉스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기자 일을 할 때면 다른 사람들과 빨리 친해져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약점이 드러날 때면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라고 타고난 성격을 원망했죠.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발전됐을까요? 


모두의 시선이 우주로 향해있던 20세기에 관심을 인간 내부에 돌리고, 인간의 정신을 탐구한 학자가 있습니다. 이름은 칼 융. 최근 유행하는 심리 유형인 MBTI를 만든 정신의학자이기도 입니다.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짤막한 책에서 이 학자의 주요한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을 만들 때 많은 영감을 줬던 책으로 알려져 있죠.



융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과 그 안에 놓인 콤플렉스를 심도 있게 연구한 학자입니다. 인간이 성장할 때는 항상 그를 둘러싼 환경과 충돌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어선 안 되겠죠. 때문에 사회에서는 개인들에게 압박을 가합니다. 인간에게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만 하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요구 때문에 억눌린 부분을 콤플렉스라고 보는 거죠.  우리를 둘러싼 환경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은 콤플렉스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너 왜 이렇세 사회성이 없냐", "다른 사람이 말하면 예라고 대답하면 덧나냐" 와 같은 말을 들었죠.  이 콤플렉스는 사회의 맥락으로 확장하게 되기도 합니다. 돈, 성, 종교 등 국가나 민족의 콤플렉스를 건들게 되면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 콤플렉스를 들 수 있겠죠.


이런 콤플렉스는 평소에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져 있다가 다른 사람의 압박을 받을 때 드러납니다. 단점을 지적받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게 되는 경우를 많이 겪어봤을 겁니다. 이런 콤플렉스는 좌절감과 고통 등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융은 콤플렉스는 자아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내 단점을 지적받으면 좌절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단점을 고쳐서 성장하게 됩니다. 콤플렉스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은 잠시 내면을 쳐다보게 됩니다. 본인의 성격적 결함과 개인사, 자신의 잘못을 반추하게 되므로 자아는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습니다.  


융은 무의식 속에 억압돼 있는 콤플렉스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합해야 할 존재라고 봅니다. 페르소나-그림자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면입니다. 직장에서는 훌륭한 상사나 부하직원으로,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버지나 따뜻한 어머니, 친구들 사이에서는 개구쟁이 등으로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황에 맞게 그 페르소나를 꺼내와 쓰죠. 페르소나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훌륭한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있는 사람의 뒤에는 상사를 공격하고 싶은 그림자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죠. 든든한 아버지라는 페르소나 뒤에는 탐욕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그림자가 감춰져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인간의 본능적인 것들을 페르소나 뒤에 감춰놓고 삽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쑥불쑥 콤플렉스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하죠. 융은 이 그림자를 계속 감추고 억압해 두는 게 아니라 적절히 풀어놓고 사용하면 한 차원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순응적인 부하라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공격성을 발휘해 상사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을 할 수도 있겠죠.


괴테의 파우스트는 이런 페르소나와 그림자 관계를 잘 설명한 책입니다. 책에서는 세상의 모든 걸 알고 배웠으나 그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은 파우스트 박사가 나옵니다. 그는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모종의 계약을 하게 됩니다. 메피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쾌락을 파우스트에게 줄 테니, 그가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정말로 아름답구나!"라고 하는 순간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는다는 계약이죠. 그는 파우스트가 이제껏 영위하지 못한 성적인 삶이 주는 전율과 흥분을 알려줍니다. 이는 교수, 지식인으로서의 페르소나가 허용하지 않던 삶의 단면들입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찾게 되자 파우스트의 권태는 사라지고, 그는 마침내 더 완벽한 삶의 경험으로 이끄는 모험을 감행하게 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완전히 외면하면 적당한 삶을 살 수 있겠으나 불완전한 삶을 살 겁니다.  그림자를 경험할 여지를 둘 때는 부도덕하다는 남들의 시선을 받겠지만 그로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격성이나 어떠한 욕망을 페르소나 뒤에 숨기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논리와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공포에 사로잡히고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의외의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칼 융이 영혼의 지도를 그려준 덕분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거겠죠. 물론 우리를 이해하기엔 아직 우리의 지식이 너무 짧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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