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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Jul 05. 2020

스토너,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아낸다는 것.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는 일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 오늘 하루, 이번 주 7일, 그러다 지난 1 년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7월이다. 코로나 19에 시선을 빼앗겨 '어...' 하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났다. 우리가 만약 80년의 인생, 90 평생의 삶을 반추하면 어떤 건더기가 나올까. 그것은 삶의 허망함일까, 아니면 충만함일까. 소설 '스토너'는 평범한 듯해 보이는 우리의 삶에 대한 반추로 글을 시작한다.


 미국 미주리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스토너'.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미주리 대학의 농업학과로 진학한다. '아론 슬롯'이라는 교수를 만난 뒤 영문학과 사랑에 빠진다.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지만 어딘지 냉소적인 '데이브 매스터스`와 듬직한 '고든 핀치' 등과 함께 영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밟아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삶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파티에서 만난 '이디야'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는데 희망에 부풀던 결혼생활은 곧 성격차이로 파탄으로 향하게 되고, 그녀와의 삶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인 자신의 딸 '그레이스' 마저도 이디야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만다. 스토너는 그러나 아무런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한다. 


 학교에서의 삶도 파탄에 이른다. 학과장 로맥스 교수와 그의 애제자의 제적 문제와 관련해 서로 대립하면서다. 학교와 집,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그는 세미나에서 만난 '캐서린'이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 관계도 로맥스 교수에게 들키면서 무기력하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스토너는 정년을 2년 앞두고 자신이 걸었던,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삶을 천천히 반추한다. 자신의 부인과의 관계, 그의 딸을 포기했던 것, 로맥스 교수와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던 캐서린마저 놓아야 했던 과거의 삶들을.  어느 영웅주의 소설과 달리 주인공인 스토너는 악인인 로맥스 교수의 횡포를 막지도, 이디야에게 한 방 먹이지도 못한다. 스토너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좀 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의 딸이 불행한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스토너가 학교와 집을 번갈아가면서 영문학에 빠져 사는 것은 현실 도피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따라온다.


 그러면서도 그가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때로 삶에 권태와 허무를 느끼고, 나이 마흔이 되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또 이해받고 싶은 사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아무런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중년의 그런 남성의 모습들. 이런 그의 모습은 소설의 배경이 된 1900년대 초중반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온갖 자극적인 소설과 영화, 드라마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스토너를 읽는다면 약간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 존 윌리엄스의 표현력과 글의 구성 능력,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재능은 탁월하다. 막장 조미료 없이 소설을 쓰지 못하는 오늘날 문학에 돌멩이를 던지는 책이다.


PS. 이 책은 한 1년 전 쯤 서울 경희궁길에 있는 '카페스트'라는 커피집에 들렸다가 우연히 펼치게 됐습니다. 재밌는 책이었으나 약간 지루한 감이 있어서 덮어놓고 한동안 안보고 있었는데, 며칠 전 어떤 여성이 '스토너'라고 커다랗게 써있는 붉은 색 티셔츠를 입은 걸 보고 다시 읽게 됐습니다. 우연이죠? 그 여성의 옷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 분이 당황하지 않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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