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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Aug 06. 2022

주식회사 "엄마" CEO 4년 차

입사하자마자 대표직을 맡는 이상한 기업


나는 30대의 끝자락에 주식회사 '엄마'라는 회사 CEO가 되어 4년째 근무 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40개월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신입사원의 업무부터 회사 대표자가 해야 할 업무까지 혼자 다 해치우는 중이다. 그래서 아직도 혼자 너무도 바쁜 나날에 연속이다. 생존형 CEO이기에 함께 할 직원이 시급하지만 직원들 월급 줄 만큼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 놓지는 못했기에 아직은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말 그대로다.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하다 느낀 그대로를 써보건대 '엄마'라는 자리야 말로 멀리플레이어를 요하는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임신기간 10개월, 출산 후 육아 전선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회사를 운영하고 끌어가는 CEO와 다를 바가 없다 싶었다. 솔직히 기업 CEO는 먹고 자고 쉬고 일하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본인 의지와 계획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엄마' 자리에 앉아 있는 수많은 여성들은 아기에게 맞추어 돌아가는 시간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춰 살아가는 것들이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 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더욱 안타까운 점이다.

경단녀?.. 육아맘?..
경력이 단절되어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주부들을 일컫는 대표적인 단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결단코 경단녀는 아니지 않나? 어디선가 듣기에 주부들의 실질적인 연봉을 계산해보면 1억은 넘는다는 이야기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 같다. 그 어떤 일을 하는 워킹맘들보다 다양한 일을 처리하고 해내는 사람이 바로 육아맘들이고, 사실상 육아보다 일하러 나가는 게 쉽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왜 생겨났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는 스스로를 낮추고 별 볼일 없는 존재로 만들어 남들까지도 그것을 당연시하도록 방관하고 있었던 것인지 물음표가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듯이 그 한 명을 아니 두 명을 남편과 나 둘이서 도 맡아 키우지만 주 양육자가 나이기에 그 비중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를 기름]이라고 정리된 사전적 의미를 가진 '육아'와 엄마를 결합해 만들어진 '육아맘'이라는 단어 하나로 나의 존재적 가치를 정리해 버리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됐고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책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 나처럼 육아를 전담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면 털어버리고 지금부터 자신을 주식회사 '엄마' CEO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고 당당해 지기를 바란다.

무수히 많은 업무가 있고, 그에 합당한 부서가 필요하고 계획과 실천이 난무하며 1년의 계획, 분기 계획, 월별 계획, 주일 계획, 일별 계획 등 하나부터 열까지 할 것들이 넘쳐나는 회사에 근무 중이니 연봉은 얼마를 받아도 아깝지 않을 인재들이다. 물론 모두가 훌륭한 신사임당, 한석봉 어머니 상은 아닐 테지만 그에 못지않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 엄마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소개부터 다시 하겠다. 나는 4년 차 CEO 오드 리햅 경으로 1년 차에 겪은 최대 난제는 수유량이었고, 2~3년 차에 효율적인 연년생 양육방법 3년 차에 육아 균형 찾기 마지막으로 4년 차를 거쳐가는 지금은 육아와 나를 분리시키는 방법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스타일과 환경,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고민하는 부분도 상이하고 전혀 문제없이 잘 해가는 엄마 CEO 분들도 계실 테니 그런 분들은 제외하고, 예전의 나처럼 헤매고 서툴고 주춤거리며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게 쓴다.

스스로 하지 못해서, 혼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면 옆에서 누군가가 끌어주고, 용기나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존재로 내가 앞에서 뛰어가 볼까 하는 마음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긴긴 터널을 지나와 본 사람으로 써 앞으로 그 터널을 지나게 될 사람들이 있다면 미리 예방 접종하듯 나의 이 글들을 통해서 작은 것이라도 얻는 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명함을 잊지 말고 하루하루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육아 업무라도 매일 업무일지, 하루 계획과 목표도 잊지 말고 적어보는 것을 추천하며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분명 있으니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히면 또 다른 변화를 만나게 된다고 본다.


입사 후 성장통을 세게 겪고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한 사람이지만 분명한 목표가 생겨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확신에 차있으니 나의 CEO 생활은 미래가 밝으리라 믿고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또 다른 초보 CEO 분들께서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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