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아연구가 맘다움 Sep 15. 2022

'도와줄게?' 됐어, 사양할게!

얼마 전 한 영상을 보다가 그 영상 속 한 아이의 아빠가 아이 엄마에게 건네는 한마디에 나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솔직히는 내가 저 엄마라면 화를 냈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화가 난 한마디는 "내가 하루 종일 도와주니까 고맙지?"라는 말이었다.


누군가 내게 "도와줄게~"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나의 수고를 덜어주거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반가운 일이고, 고마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 가정에 연관된 부분에 있어서 도와준다는 입장으로 다가오는 배우자라면 고마움이 느껴질까? 나의 대답은 아니요 이다.


모든 가정은 크게 맞벌이, 외벌이로 나뉜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대부분 육아와 가사, 집안일은 여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외벌이에 경제활동 주체가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맞벌이라 해도 대부분 모든 일에 있어 여자들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나는 현재 맞벌이는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시간적 제약에서 좀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육아와 집안 가사에서 자유로울 순 없기에 체력적, 시간적으로 한계를 마주할 때가 많은데 만약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에 있어서 먼산 불구경하는 자세를 취하는 쪽이었다면 상상만으로도 화가 난다.


시대의 변화에 많은 남자들, 아빠들이 변했고 진화되었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답답하게 목에 힘 빡주고 육아와 집안일에 구시대적 발상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종종 보면 내 남편이 아님에도 그저 씁쓸하고 헛헛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사람들이 "남자가 애를 어떻게 봐?" "집안일을 왜 내가 도와줘?"라는 이런 소릴 늘어놓기 때문이다. 함께 낳았고, 함께 살고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처리가 왜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머릿속이 궁금할 뿐이다.


이건 전적으로 남자들만의 책임이 아닌 것이 그 사람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그렇다면 그 아들을 평생을 고생하며 키워내신 부모님이 존재하고 바로 그 부모님 중 한 분, 엄마는 여이다. 아들에게 헌신을 하는 엄마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엄마 즉 여자라서 당연히 하는 것이다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각자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것은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도 엄마,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조금 납득이 되질 않는 지점이다.


이 또한 왜 엄마가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나?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면 물론 아빠가 알려주고 여자를 존중하는 것 자체가 남자가 존중받게 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면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연예인 최수종 님이 그런 남자이자 아빠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면 나는 당연히 존중받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당연시 여기고 받아 들 여 준다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흔하지 않으니 같은 여자들을 위해 여자인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 이해하면 좋겠다.


어린 시절의 집안 환경이 희생하는 엄마, 일방적으로 대우받는 가부장적 아빠의 모습만을 보았더라도 무조건 똑같이 자란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엄마에게 공감을 한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느낀 감정들을 기반으로 누구보다 자상하고 스위트 한 남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사고, 분별력, 공감능력의 차이겠지만 어릴 적부터 이걸 이끌어 주는 부모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가끔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을 보면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아이들도 잘 봐준다고 부럽다는 얘길 하는 동성 친구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함께 수고해 주는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낄 순 있지만 이건 당연한 건데 왜 남편을 칭찬하지?라는 생각에 "당연히 해야지"라고 말하면 나에게 복 받은 건 줄 알라며 되려 핀잔을 주는 이들이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해도 할 말이 많은데,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자인 자신 스스로 육아와 집안 가사는 여자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살고 있기에 나에게 복 받은 줄 알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본인의 가정에서 그렇게 살고 있기에 더욱 여자의 몫인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합리화를 한건 아닌가 싶다.


배우자인 남편이 도와줄게 또는 네가 할 일이지 라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들이 있다면 그렇게 답습하며 자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자는 육아와 집안일, 가사를 하는 게 아니고 그 전담은 모두 여자이자 아내, 엄마가 하는 것이다라고 무의식적 교육을 받고 자라는 것 말이다.


혹시라도 지금 육아와 집안 가사는 엄마인 여자가 할 일이고 밖에서 돈 버느라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 아빠인 남자는 집에서 대우받으며 편하게 지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랑해서 평생을 함께하자 약속했던 여자, 아내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가장 행복한 것과 슬프거나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를 추천한다. 행복하고 슬프거나 힘든 게 없다고 한다면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있던지 변화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가르쳐줘야 한다. 지금 부모의 삶은 선택을 한 것이지만 너희들이 훗날 가족을 만들어 한 가정을 꾸린다면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은 동등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반대로 지금의 배우자가 키우는 것과 집안일을 하는데 힘든 지점이 있다면 반드시 서로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조금 피곤하고 힘들어지는 일이어도 아이들과 사랑하는 배우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나도 존중받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고, 나만 편하게 사는 세상에서는 누군가는 그런 자신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군인 듯 적군 같은 육아서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