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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Jan 18. 2023

비결핵성항산균 폐질환 진단

23년도를 시작하며 설레고 가슴 뛰는 일들이 펼쳐질 한 해를 생각하고 들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허들이 나를 가로막았다. 늘 믿고 있었던 나의 건강이 내게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아이들과 있으면 아이들이 최우선이 되기 마련이다. 아플 땐 즉각적으로 대처하고 보살핀다. 그런데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는 계속해서 괜찮아질 거라는 안일함으로 기다림을 강요했었다. 그게 주된 원인이었다. 망가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병원을 가니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 순간부터 여태 기다리게 한 것을  탓이라도 하듯 통증이 밀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마인드셋을 하려 해도 쉽지 않았던 일주일이 흘렀다. 대학병원 줄 서기는 사람을 더욱 피 말리기 충분하다 생각되었다. 찾아보는 정보들에서 난치병에 대한 것들이 좋기보단 안 좋은 것들이 차고 넘쳐나니 더 힘들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 없었기에 겁이 났다. 부작용, 합병증, 후유증 등 말만 들어도 겁먹기 딱 좋은 말들이 넘쳐난다. 치료제가 없다니 이 또한 더 겁나는데 장기 전이라니 치료를 보통 수년간 지속한다니 갑갑하기 짝이 없다.


통증에 아파하며 끙끙대면 달려와 매달리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편하게 아프다 내색도 못한다. 숨 쉬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다니 일상의 소중함을 어리석게도 지금 이 지경이 되어서 깨닫는다. '비결핵성항산균 폐질환' 이름도 어려운데 난 어쩌다 이 병을 얻었나 물음표 투성이다. 아프다고 생각하니 모든 게 한순간에 그쪽으로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간 모든 것이 정지되었고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머리는 더 복잡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가는 잡생각이 더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끊자, 끊어내자! 정확한 상태파악과 치료제를 처방받고 일단 부딪혀보자. 마인드셋 다시 장착하고 정리하자.

돌보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돌보고 챙기자. 멈춰있을 게 아니라 움직이자. 아픈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의지가 없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에 멈춰있을 수가 없다.

처음이니까 모르면 알아가고, 배우면서 고쳐나가면 될 것이고 이걸 통해 얻는 것이 있으니 또 하나 나눌 것이 생겼다.


호되게 혼난 느낌이라 잘 기억하려 한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몸을 혹사시킨 탓을 뼈에 새긴다. 일주일 후 진료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헤쳐나가길 스스로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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