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바오들의 실물을 봤다
난 동물 영상을 보고 앓는 소리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건 다 대학원 때문이다. 말 안 하는 생명체로부터 엄청난 위로를 받는 거지. 대학원생으로 사는 게 인터넷에 떠도는 밈처럼 무시무시하거나 끔찍하지는 않다. 사실 꽤 괜찮다. 안 좋은 거라면 뭐, 일 그만두고 2년을 공부하니까 돈이 좀 없고.. 돈이 좀 없다는 점? 첫 학기의 어느 날, 아마도 동물농장에서 봤을 거다. 그때쯤 나는 강아지 고양이 쇼츠를 보며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기에 동농을 종종 보곤 했는데, 불시에 만난 판다는 그 이상이었다. 서사를 알고 나니 끝장이다. 스토리텔링에 약한 사람이거든. 난 그때부터 바오들을 보면 앓는 소리 하는 사람이 됐다. 아, 이건 다 대학원 때문이다.
어제는 2주 전 피드백받은 걸 수정해서 교수님께 오전에 메일을 보냈다. 이런 날은 답장 올 때까지 뭘 잘 못한다(라기엔 살림이나 운동 같은 내 할 일은 하고 공부만 못.. 안 하는 것). 그 틈에 부담 없이 널브러져 보는 거지. 어제도 원래 같으면 그런 날인데, 에버랜드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준비. 교수님 답장받으면 몸(뇌 포함)은 놀아도 마음이 아주 바쁘거든. 지금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진짜 덥고 습하고 줄 설 때 다리 아프고 이걸 몇 번이나 돌 수 있으려나 했는데… 입장해서 보니까 진짜 몇 번이고 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가깝고 상상보다 훨씬 크다. 왕크왕귀!!!! 크니까 더 잘 보여!!!! 4번째 줄 설 때 필카며 텀블러며 가방을 가득 채운 짐 때문인지 허리 아프기 시작했는데 바오들 보면 도파민이 삭 돌아서 10분 동안 완치되는 기분이었다. 4초밥(*돌고 도는 거라 초밥이라 칭함) 때부터 드디어 러바오도 러미안(*러바오가 사랑하는 실내 방사장 안 정글짐)에서 내려오고 루이후이도 텐션 올라와서 너무 행복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코멘트 붙은 교수님 답장을 받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날씨가 확 선선해져서 오늘이 에버랜드 가기에 더 좋았으려나 했는데 어제 가기를 정말 잘했지 뭐야… 나도 이제 워토우 먹고 생각에 잠기는 러바오처럼 피드백 곱씹어 봐야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이게 다 대학원 때문이다.
졸논(*나는 이것을 대학원 기념품이라 부른다)을 쓰는 중인데 예상했던 구간에서 역시나 애를 먹는 중이다. 나란 인간, 왜 남들이 해놓은 거 안 떠먹고 새로 틀 만든다고 나댄 걸까. 후회는 안 하는데 좀 어렵다. 언젠가 교수님께 이 학문을 함으로써 감동할 수 있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이 과정이 지나면 분명 감동할 거라는 답을 들었다. 저 속는 거 아니죠? 네? 마지막은 역시 수미쌍관해야지. ㅇㄱ ㄷ ㄷㅎㅇ ㄸㅁㅇㄷ.
마지막은 바오들 영상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