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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삽질교' 교주의 성실한 삽질연대기

생각을 위한 '삽질 사칙연산'을 소개합니다

by 이승주
[훗! 나보다 '삽질' 잘하는 사람 있음 나와보라고 해!]


"스파게티는 삶아야 면발이 되고, 생각도 삽질해야 생각이 된다."


응?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구요?


무릇 똥인지 된장인지 많이 찍어 먹어본 자가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 지난 17년간 직장 안에서, 또 직장 밖에서 누구보다 숱한 삽질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 날 이런 발견을 하게 되더군요. 바로 지하 100층에 꽁꽁 숨기고 싶을 만큼 찌질했던 나의 흑역사들도, 문득 돌아보니 엄청나게 훌륭한 지혜와 생각으로 발효되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생각편집숍'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저만의 핵심 스피릿! 바로 좋은 생각을 위한, '삽질 사칙연산'을 말이죠.


"삽질 사칙연산? 그런 게 있었나요?"라고 물으신다면. 그야말로 자칭 '삽질교 교주'로서 드리는, 제 개인적인 '썰'일 뿐이오니. 부디 심각함은 Good-bye! 단추 두 개 헐겁게 풀고, 새우깡이라도 씹으며 이 글을 읽어주세요.


쉽게 떠 먹여 드리는 연산법칙은 기본, 제 찌질한 에피소드 역시 덤으로 드릴 것이오니. 웃픈 이야기들을 감상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엄청난 생각의 고수! 누군가의 흑역사를 감상하시는 동안, 수리수리 마하수리~생각에 대한 부담감도 말끔히 사라지실 거예요.


첫째, 삽질의 플러스! 모든 삽질은 장바구니로 숑숑


먼저 삽질의 플러스! 모든 삽질은 훌륭한 '생각 소스'가 될 것이니. 삽질의 귀천을 가리지 말고, 아낌없이 '생각의 장바구니'로 숑숑 담아보자는 주장이죠.


가령 제 '삽질' 하나를 고백하자면.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누구나 월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자본주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광풍처럼 휩쓸던 때였습니다. 당시의 제 상태란 건, 주식의 망조와 치솟는 대출금에 허리는 휘청이고, "나대지 않아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소심한 인간의 관종끼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죠.


그러니 눈먼 욕망이 대형 사고를 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때마침 온라인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500만원만 내면 2개월 내 월천만원을 만들어주겠다." 정확히는 자신의 시스템을 전수해 주겠다는 1:1 클래스이기도 했는데요. 돈 냄새 폴폴 나는 악마의 유혹에, 통 크게 결제를 해버린 저. 그로부터 일주일 후, 매우 수상한 냄새를 감지하게 됩니다.


'마음이 급한 사람을 공략해라', '비용은 무조건 고가로','한 명만 얻어걸리면 한 달은 먹고 산다' 등등. 이 클래스, 진짜 알맹이는 없고 사짜 같은 떡밥만 가득했달까요? 심지어 그 말도 안 되는 강의를 듣다 보니, 이미 환불 시기도 훌쩍 지나버린 상황.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딱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내가 그 얻어걸린 사람 중, 한 명이었구나!"


둘째, 삽질의 마이너스! 깎아낼수록 진짜 앙꼬가 보일지니


찰리 채플린은 이런 말을 했다죠.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잠시 그 말도 안 되는 비극에 잠식될 뻔했지만, 곧 저는 '삽질의 두 번째 법칙'을 떠올립니다. 바로 이 표면적 현상 속에 담긴 진짜 본질, 진짜 앙꼬를 파헤쳐 보자는 것! 그리고 그 본질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다 보니, 딱 한 가지 메시지가 정수처럼 남더라고요. 이른바 '벼. 락. 부. 자'의 꿈.


사실 그때의 저란 사람은 살짝 눈이 멀어 있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는 죄다 '월천만원'을 향한 알고리즘으로 가득하고. 검색의 키워드는 온통 부자, 로또, 돈 버는 법 등등. 누가 봐도 엄청난 삽질의 구덩이를 이곳저곳 파헤쳐 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후 냉정히 분석해 보니, 그동안 낚인 클래스도 한두 개가 아니더군요. 구매대행, 공간임대, 인스타공구, 쿠팡셀러, 전자책 판매까지.(물론, 언급하지 않은 클래스도 솔찬히 50개가 넘습니다) 솔직히 하나만 진득이 해도 될까 말까 한 일들을 정말 십만 가지, 백만 가지 무차별적 폭격으로 벌여놓고 있었달까요?


심지어, 이런 가랑비 젖는 비용이 또 쌓이고 쌓여 누적된 금액만 무려 1000만 원 이상! 오죽하면 계산기를 '두두두' 두드리다 저 혼자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니까요.


"아, 인생의 사기는 내가 치고 있었구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 벼락부자를 꿈꾸다니!"


셋째, 삽질의 곱하기! 짬짜면을 열심히 만들어보자!


하지만, 말씀드렸듯 모든 '삽질'은 사실 생각의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죠. 며칠간 자괴감에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던 저는, 이 거대한 삽질을 제 콘텐츠에 적극 활용하기로 합니다. 하나는 웹소설 공모전. 또 하나는 기획인터뷰 공모전 소재로요.


아마 이쯤 되면 또 이런 핀잔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 거 하나만 집중하지. 또 헛짓거리 하고 있네!"


네, 하지만 삽질의 곱셈은 좀 다른 개념이랍니다. 한 가지 중심생각이 잡히면 '원 소스 멀티유즈'로 콘텐츠를 무한 확장하는 개념이니까요. 예를 들어 '벼락부자의 꿈 × 드라마 = 웹소설'이 되고. '벼락부자의 꿈 × 현실 인물 인터뷰 = 기획기사'가 되는 셈이니. 한 가지 면으로 짬뽕도 만들고 짜장면도 만들고, 짬짜면도 참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르의 다각화인 셈이죠.


물론! 다각화 콘텐츠가 모두 다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우선 웹소설. '월천대사'라는 계약직 신이 사채빚을 진 소녀에게 돈 버는 법을 알게 해 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하늘에서 100억이 떨어졌다>는 이 소설은, K 플랫폼에 계약이 될 듯 말 듯 삼십 번 수정하고 결국 똑 떨어졌답니다. 그야말로 남은 건, 또 다른 한숨과 머리 한 움큼 뭉터기로 빠진 원형탈모 뿐이었죠.


하지만 기획기사의 결과는 좀 달랐어요. 현실 속 월천대사들을 직접 취재한 <구독인간>이란 기획기사는, 중앙일보 폴인 공모전에서 감사하게도 수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솔직히 마감 1시간을 앞두고 응모를 하면서도, "설마 이게 되겠어?"라는 생각이 가득한 저였지만. 막상 수상을 하고 작게나마 고료를 받게 되니, 그보다 더한 보람이 없더라고요. 현대그룹을 이끈 정주영 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잖아요. "자네, 그래서 해 봤어? 해 봤냐고!"


어쩌면 '삽질'이란 것은, 위대한 여정을 위한 중간값일 뿐. 사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생각의 실패'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겠죠. 진짜 문제는 언제든 짬짜면 그 이상의 장르를 만들어낼 의지가 있느냐는 것. 장르와 장르를 자유롭게 섞어 나만의 근사한 오마카세를 만들어낼 기세가 있냐는 것.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생각의 위너'일 테니까요.


넷째, 삽질의 나누기! 오늘도 '삽질'을 권유합니다


퇴사 후,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저희 집 둘째 아들이 와서 한심하다는 듯 묻습니다. "엄마, 장래희망이 뭐야?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렇게 애쓰는 거야? 제발 그만 좀 해!"


아들의 눈에서 보면, 새벽마다 멋지게 차려입고 나가던 엄마가 후드티 푹 눌러쓰고 좀비처럼 집에만 앉아있으니. 이건 뭐, 도통 이해가 안 되는 거겠죠. 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백수'의 신분으로 0부터 삽질을 시작하는 저는 오히려 당당하게 외쳐봅니다. "아들아, 너도 나랑 다르지 않아. 특히 너희 때는 삽질 더 옴팡해야 한단다."


사실 그렇지 않나요? AI 등장 이후, 실상 이 세상엔 '안전지대' 혹은 '절댓값'이란 건 모조리 사라졌으니까요. 정해진 조직에 기대지 않고, 누구나 자신만의 플래닛을 찾아 새롭게 배우고 장래희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시대. 그야말로 기존의 지식에만 기댈 수 없고, 실시간으로 배움을 주입해야 하는 오늘의 시대는. 온 국민 '대 삽질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때문에 그 '삽질의 열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삽질 연산법칙'의 마지막 법칙은 딱 이겁니다. 이왕 이런 세상이 된 것.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주변에도 마구마구 삽질을 권유하자는 것이죠. "이봐, 너도 삽질교 가입해 봐. 삽질은 결코 힘들고 슬픈 것이 아니야. 오히려 잘만 삽질하면, 엄청난 금광이 펼쳐질 수도 있다구!"


때문에 이런 '삽질 권유 시대'에, 가장 촌스러운 말은 이런 게 아닐까요? "나 왕년에 이런 사람이었어!" 라테 타령이 우스운 진짜 이유는, 그 과거가 영광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해묵은 과거를 참 살뜰이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죠.


비록 어제까지 '대기업 직장인'이었어도, 오늘은 밑바닥 '아무개'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렇게 언제든 나를 벗을 수 있고, 언제든 나를 변신시킬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진짜 삽질의 정수이자 세련됨이 아닐까 합니다. 삽질의 진짜 핵심적 본질은, 늘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닌 역동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와 숨쉬기 위해서니까요.


이제, '삽질의 주문'을 외워보아요!


자, 그런 의미에서 이제 주문을 외우듯, 네 가지 '삽질연산'을 함께 외워보시죠.


모든 자존심은 탁 내려놓고, 모든 잡념은 공기 속에 훌훌 털어버리고. "나는 삽질의 제왕이다, 나는 삽질의 제왕이다"를 스스로 세뇌하듯 외쳐보는 겁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곱하기, 나누기!

플러스, 마이너스, 곱하기, 나누기!


찌질해 보이는 듯, 위대한 삽질 연산 속에 나만의 생각행성이 그뤠잇 하게 펼쳐질 것이니.


바로 다음 이야기부터는, 그 위대한 행성을 위한 '생각편집숍'으로 고고! 생각을 더 말랑말랑, 놀랑놀랑하게 펼쳐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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