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집숍 아이템 02] 질문의 Rock N Roll
내겐 초등학생 두 아이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토끼 같은 딸. 그리고 그 누구보다 듬직한 곰돌이 같은 아들...이라 말하면 정말 좋겠지만.
“후.....아”
우리 솔직해지자. 자식소개 타임에 잘난 척 대신 '깊은 한숨'부터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이들이 참 기르기 편한 '전형적 범생이 류'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아마존 정글에 냅다 풀어놓으면 좋을, '아주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 들이지.
물론 세상의 모든 일엔 원인이 있는 법! 두 아이의 DNA 속엔, 어릴 적 꽤나 쏙을 썩였던 나의 철부지 에너지가 무한으로 담겨있나니.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들의 엉뚱한 생각을 몇백 배 더 불사를 수 있는, 나만의 '미친 질문법'을 고심해 정리해 보았다.
AI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미래에, 이 '질문법'은 그야말로 AI까지 가뿐히 섭렵하기 위한 나름의 '비기'일 것이니. '직장 천재들에게 말로 맞아가며 배운 나의 경험 + 넘사벽 브랜드에서 얻은 영감의 조각'들을 모아 모아, 그 3가지 룰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청중의 대상은 지금도 방에서 딴짓하고 있을 내 아이들! 물론,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염탐하듯 이 디테일한 소스를 가져가도 좋다.
“왜 보자기를 쓰고 하늘을 날 수 없지?” 혹시 이 질문에 혹했다면, 얘들아 너희는 과연 내 자식들이 맞구나. 내 나이 다섯 살, 슈퍼맨을 보다 빨간 보자기를 어깨에 둘렀단다. 그리고 높디높은 놀이터 미끄럼틀을 찾아 과감히 공중에서 뛰어내렸지. 결과는? 비록 쪽팔리게 모래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만, 이날부터 내 생각의 핀은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단다.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은 거지. “중력을 거스르니, 새로운 재미가 생긴다고.”
이후, 내 인생은 그야말로 '중력 거스르기'의 총체였어. 공무원 집안에서 태어나, 난생처음 공무원을 거부했고. 고시를 보라는 부모님의 말을 거스르고, 사기업 아이디어 전쟁터에 훌쩍 뛰어들었지. 그리고 그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였어. 남들이 광고카피만 쓰라고 할 때, 밤새워 '전략기획서'를 연구했고. 브랜드전략 PPT 200장을 만들라고 할 때,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원페이퍼 기획서'를 만들었지. 엄청난 미모도, 대단한 백도 없었던 내가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였어. 바로 '생각이 튀는' 것. 큰 흐름을 읽고, 판을 뒤집는 것이었지.
물론 이건 '딴죽을 위한 딴죽걸기'는 아니다. 세상의 흐름을 리스펙트 하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나만의 색다른 시각을 찾아보자는 거야.
가령 내가 무지하게 열광하는 '리퀴드 데쓰'란 생수 브랜드가 있단다. 마이크 세사리오라는 미국 아저씨가 창업한 브랜드인데, 창업 동기가 굉장히 기발해. 마이크 세사리오 아저씨는 편의점에 일렬로 쭉 놓인 '생수병'들이 불편했대. 투명한 플라스틱, 파란 뚜껑, 그리고 그 용기에 그려져 있는 깨끗한 산과 물의 그림. 너무도 천편일률적이었거든. 동시에 이 '생각의 천재'는 이런 의문을 가졌지. “아니, 왜 물은 이렇게 재미없어 보여야 하지?”
사실 그 질문은 오래전부터 그의 머릿속에 있었대. 어릴 적부터 헤비메탈을 좋아한 그는 자주 콘서트장에 갔는데, 락커들이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맥주 캔에 물을 담아 마시는 걸 유심히 지켜봤었거든. (가오는 지키고, 물은 마시고 싶었던 참 재미난 선택이여!) 그래서 그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된 거야. “혹시 헤비메탈을 하는 물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강렬하잖아!” 실제로 그는 힙한 해골이 그려진 알루미늄 캔에 (그것도 친환경 캔에) 생수를 담아 팔게 되었어. 반응은 뜨거웠어. “미쳤어? 물을 캔에?”, “오, 근데 이거 진짜 쩌는데!”
2024년, 리퀴드데쓰의 기업가치는 7억 달러가 됐어. 한화로 약 9500억. 솔직히, 그냥 물인데 말이야.
여기서 한 가지 경고!
솔직히 '미친 질문' 자체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어. 진짜 세상을 바꾸려면? 너희들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까지 신명나게 울릴 수 있는 '미친 연출 모드'가 장착되어 있어야 하지.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야 하냐고? 그냥 적당히 말하고 넘어가면 안 되냐고? 왜 이래. 요즘 사람들은 진짜 진짜 똑똑하다고! '척' 하지 말고 진짜 나 스스로 미쳐버려야, 그 미친 에너지에 그제야 사람들이 조금씩 반응해. “오? 이게 뭐야”에서 “오! 이거 진짜 재밌겠는데?” 하고 말이야.
엄마가 광고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 처음엔 순진했어. 카피 하나 수줍게 내밀고, 그대로 빠꾸 당했지. 그런데 이렇게 하다간 회사도 잘리겠는 거야. 그래서 <남자라면> 이란 광고를 만들 땐, 정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를 했어.
일단 스스로에 대한 최면! “이건 라면이 아니라, 완벽한 마초다”는 슬로건부터 내걸었지. 그리고 그 완벽한 마초의 상황에 빙의해 스토리보드를 직접 작성했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등장하는 마초, 라면을 끓일 거대한 가마솥을 둘러메고 등장한다. 이두박근에 힘을 주어 도끼로 장작을 패고, 라면에 들어갈 파와 양파도 패고. 아! 계란은 직접 살아있는 닭에서 공수. 그리고 다 끓여진 라면을 마초처럼 '후' 하며 터프하게 즐긴다. 후루룩~후루루룩!
결과는? 물론 대박이었지. 이 광고를 위해 'I'm your man'이라는 해외 BGM까지 공수했거든. 당시엔 “이 라면 진짜 맛있어요!” 씨즐만 반복하던 때였는데. 그때 정서로 치면 진짜 센세이션 했지. 근데 리퀴드 데쓰도 마찬가지였어. 아니, 나와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더 훌륭했지. 그들의 슬로건은 그야말로 크레이지한 수준이었거든. “Murder Your Thirst” (갈증을 살해하라!) 나 정말 이 카피 보고 깨갱했다니까. 나의 마초는 미친 수준도 아냐. 이들은 한발 더 신의 경지로 걸어간다고. 곱게 미치는 게 아니라, 헤비메탈처럼 볼륨을 높여 더 시끄럽게 미치기!
그러니 이것뿐이겠어? 리퀴드 데쓰 웹사이트에 가면 악마 계약서가 나와. “영혼을 팔면, 물 한 박스를 드립니다.” 진짜 법률문서처럼 생긴 문서지. 그리고 실제 이 계약서에 10만 명 이상이 기꺼이 서명을 했다니까? 나아가 락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전설적 스케이트보더 '토니 호크'의 진짜 피를 섞은 스케이트보드를 출시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B급 공포영화도 제작하지. 플라스틱 생수병들이 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는 좀비 같은 영화라지?
이거 다 누가 했냐고? 리퀴드데쓰라니까. “깨끗한 물을 드세요”라는 적당한 메시지 대신, 영혼을 걸고, 누군가의 피를 섞을 만큼 화끈한 엔터테인먼트 쇼를 만드는 거야. 이제 AI로 그림도, 영상도 뚝딱 만드는 신박한 세상이 됐잖아? 그러니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라구! 나 혼자 100인분 정도는 하겠다는 악착같은 각오로 '볼륨을 높여야' 모두가 열렬하게 쳐다본다고.
너무 시끄러우면 쪽팔리지 않냐고? 음, 그냥 한마디만 할게. 플리즈~플리즈~ “Murder your Shy!”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친 질문'의 요소. 날 미워하는 적들은 언제든 Welcome이라는 것.
물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 주변 의식을 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명심해. “네가 안전한 선택을 할수록, 넌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 될 거야.” 이제 세상은 '디렉터 VS 군중'의 구도로 나뉠 거야. 때문에 AI가 판치는 세상에서 상위 1% 디렉터가 된다는 건, 나에게 열광하는 사람만큼 더 많은 적을 키운다는 얘기이기도 하지.
나도 고백하건대 적이 많았어. 그런데 그 적이 언제부터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성장의 계단 곡선마다 늘 함께했던 것 같아. 새로운 전략이나 캠페인 아이디어를 낼 때, 은근히 디스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참 많았거든. 심지어 “난 쟤가 말하는 건 무조건 싫어!” 이런 사람도 있었다니까? (아, 근데 이 양반은 진짜 왜 그랬지?)
그런데 신기한 건, 이 계단 같은 성장이 반복되어 더 높은 차원의 성장을 이루게 되면, 어느 순간 그들도 날 인정하게 된다는 거야. 왜냐하면, 일만큼 정직한 게 또 없거든. 사람이란 존재는 언제든 적이 되고 동지가 될 수 있지만, 내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일은 결코 날 배신하지 않아. 그리고 그게 차곡차곡 실력이란 근육으로 쌓여, 내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더라고.
리퀴드 데쓰도 마찬가지였어. 리퀴드 데쓰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악플을 가사처럼 모아서 아예 앨범을 냈지. 제목도 신박해. <Greatest Hates, 최고의 증오>.
흉내만 냈냐고? 아니, 진짜 뮤지션들과 협업한 펑크 앨범이야. 한번 트랙 리스트를 살펴볼게. Fire your Marketing Guy (마케팅 담당자 해고해)', 'Go Out of Business (망해버려!), 'This is Just Water (이건 그냥 물이잖아)' 정말 재밌지 않아? 보통은 악플을 숨길텐데 이걸 또 콘텐츠, 상품, 마케팅으로 삐까번쩍하게 만들어버리니 말이야.
'영혼을 팔아라' 캠페인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악마 숭배다!”, “아이들을 타락시킨다”, “신성모독이다” 종교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할 때도, 오히려 '악마 소환 의식 영상'을 만들었지. 촛불, 오각형, 라틴어 주문까지. 근데 이 영상의 마지막 자막이 진짜 장난이 아니야. “Relax. It's just water” 진정해. 이건 그냥 물이라고.
속으론 "뭐 별 것 없네?" 할 수도 있겠지만. 기억하렴. 누군가 몸으로 쌓은 교훈들은, 줄글 그 이상의 깊은 맥락이 있다는 것. 그러니 그 숨겨진 맥락을 직접 이해하는 것은, '도전하는 자'의 자유! 마지막으로 오늘의 내용을 앙꼬처럼 모아, 너희들에게 생각편집숍 두 번째 아이템을 전해줄게.
[생각편집숍 아이템 02. 질문의 Rock N Roll]
*생각도구 : 미친 질문 매뉴얼
*효능 : AI 시대에도 유효한 인간의 강력한 무기
*사용법
1.모두가 “원래 그래” 할 때, “왜?”라고 말한다
2.조용히 묻지 말고,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라!
3.적이 생기면 굿굿! 그 역시 유머 콘텐츠로 깨알소화!
"Murder Your Thirst."
네 질문의 갈증을 죽여라.
참지 말고, 시끄럽게, 락앤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