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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Oct 22. 2017

저예산으로 흥행하는 방법 :영화
<겟 아웃 > 리뷰

공포 스릴러 영화  <겟 아웃 리뷰>  스포 포함 O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말 그대로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낸다는 뜻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겟 아웃은 제작비 450만 달러(약 45억 원)를 들여 2억 5200만 달러(약 2500억)의 수익을 냈다. 더욱 와 닿게 비교해보자면 국내 관객 수 기준 <겟 아웃>과 비슷한(약 200만 관객) 관객 수를 기록한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은 제작비로 1억 5000만 달러(약 1500억)가 사용되었다. 실로 엄청난 수익률이지 않은가?

이 뿐만 아니라 로튼 토마토(영화 관련 웹사이트 중 하나로 주로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평가 기준은 신선도 %로 매겨진다)에서 신선도 99%를 기록했을뿐더러 북미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영화 포스터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고, 심지어 네이버 영화 줄거리에는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 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만 써져있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 친구 집에서 무슨 일을 벌였길래 비교적 엄청난 저예산으로 이런 흥행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이제 그 비결을 주관적으로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인종차별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비결 1 <떡밥을 탄피처럼 회수하라 반전 영화의 매력>

 

 필자는 개인적으로 잘 만들어진 반전영화는 복선, 즉 떡밥을 잘 던져놓은 후, 던져 놓은 것들을 잘 회수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얼토당토않는 떡밥을 던져놓고 그것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관객들로부터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관객들은 영화 내에서 반전이 있은 후에 자신이 관람하며 의심해왔던 그간의 떡밥들을 맞춰가며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영화 내 단서들의 의미에 대해 검색해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겟 아웃>은 내 기준에서는 잘 만들어진 반전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장면에 숨겨진 의도가 존재했고, 이상한 이야기 전개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면서 캐치했던, 반전이 있고 난 뒤에 소름 돋았던 떡밥들을 6가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 처음 경찰관이 주인공의 신분증을 확인하려고 했을 때 여자 친구가 이를 제지한 것은 인종차별적 문제가 아니라 실종신고가 되었을 때 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는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과 여자 친구가 여자 친구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러 갈 때 

도로에서 사슴을 친 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경찰관이 오자 여자의 신분증만 확인하면 되는데, 굳이 남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자의 신분증까지 확인하려 들었다.)     


2. 첫 장면에서 납치되었던 흑인 남성은 주인공이 모임에서 만난 흑인 남성이었고, 그를 납치한 사람은 여자 친구의 남동생이었다.(영화 초반부에 한 흑인 남성이 납치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 남자는 나중에 여자 친구의 가족들이 갖는 정기적 모임에서 6개월 만에 등장하고, 납치 장면에서 어떤 괴한이 헤드락으로 남성을 기절시키는데, 남동생은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과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똑같이 헤드락을 시도한다.)     


3. 영화 초반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그녀의 할아버지가 달리기 선수였다고 말해주는데, 정원 관리사가 그의 할아버지의 뇌를 이식받은 사람이었다(극 중에서 정원 관리사는 밤에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운동을 하는데, 마지막에 여자 친구가 정원관리사가 주인공을 잡기 위해 달려갈 때 할아버지라고 부름)     


4.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최면으로 주인공이 담배를 끊게 하고 여자 친구도 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려고 했을 때 담배를 차 창문 밖으로 던져버림(여자 친구의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이고 사람에게 최면을 걸 수 있는 설정이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남자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5. 가정부가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며 웃으면서 울었던 이유는 뇌를 이식받은 몸이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여자 친구의 본가에는 흑인 여성 가정부가 있었는데,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다 갑작스레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입은 웃고 있었다. 이식한 뇌는 웃으라고 하고 있지만 원래 몸은 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뇌를 이식한 사람의 몸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면 그들은 잠시 정신을 차린다.

(뇌가 이식된 사람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면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는 수술 전에 마지막으로 본모습이 환한 불빛의 수술실이기 때문)     

이 여섯 가지 정도가 눈치가 느린 필자가 영화를 한 번 보고 알아차린 내용이다. 여기저기 많은 장면에서 떡밥들을 뿌려놓았지만, 억지 설정을 위해 뿌린 부분도 없었다고 생각할뿐더러 훌륭하게 찝찝함 없이 회수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영화를 2~3번 보게 만들고, 지인들에게도 재밌는, 잘 만든 영화라고 추천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소..속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비결 2 <극 중 역할에 딱 맞는숨은 원석들을 발견하라 

저예산 영화의 가장 큰 과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평균적으로 스타들을 배우로 섭외하고, 스타들은 그에 맞는 연기들도 잘 소화해낸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이는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한데, <겟 아웃>은 이를 극복해냈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가진 주인공 크리스 역의 ‘다니엘 칼루야’와 여자 친구인 로즈 역의 ‘엘리슨 윌리암스’ 둘 다 표정연기와 행동, 대사 하나하나 어색함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니엘 칼루야’는 로즈의 어머니에게 최면을 당할 때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처음엔 최면에 안 걸리는 듯하다가 갑자기 표정과 태도가 확 변하면서 실제로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연기했다. 그리고 ‘엘리슨 윌리암스’는 반전이 있기 전까지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 속 깊어 보이는 여자 친구의 연기를 잘 해주었다. 하지만 주인공을 팔아넘기기 위한 연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 연기를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 들은 것과 동시에 마치 아침드라마에 나오는(외도하거나 내연녀) 여배우처럼 현실 밉상이 되었다. 그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머지 배우들도 흠잡을만한 배우들이 없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배우는 흑인 여성 가정부 조지나 역의 ‘베티 가브리엘’과 주인공의 친구 로드 역의 ‘릴렐 호워리’라고 생각한다. ‘베티 가브리엘’은 백인의 뇌가 이식된 몸을 가진 가정부 역할을 맡았다. 그런 설정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상행동(우는 것과 웃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 등)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배역의 연기를 잘 소화해주었다. 더욱 소름 끼치는 영화를 만들어준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친구인 로드 역의 ‘릴렐 호워리’는 영화 내에서 유일하게 코믹한 부분을 담당한다. 흑인 특유의 표현방식(말투와 몸의 제스처 등)을 익살스럽게 잘 소화해주어 재미를 주었다. 특히 크리스가 사라졌다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는 장면에서 경찰관들이 비웃으며 무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까지 더해준 것 같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출처 : 네이버 영화

비결 3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린 타이밍>     


 이 영화는 2017년 5월에 국내에서 개봉되었는데트럼프 정권으로 교체된 타이밍에 적합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더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트럼프 정권으로 교체되자마자 강력한 이민 규제 공약 때문에 백인과 그 외의 인종 간의 갈등이 심해졌다이를 비판하기라도 하듯

<겟 아웃>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고우리나라에서는 모르겠지만 미국과 다른 서구사회에서는 크게 이슈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영화 내에서 대표적으로 로즈 가족이 실시하는 정기적 모임에서 백인들이 크리스에게 운동을 잘하냐고 물어본다든지밤일은 잘하냐고 물어본다든지 하는 부분에서 흑인을 단지 육체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또한 영화 후반부에 친구인 로드가 끌고 온 경찰차를 보자마자 그 안에 로드가 있는 줄 모르고 그저 경찰차만 보고 크리스가 당연하다는 듯 양손을 드는 장면에서 현재 흑인들의 받는 사회적 대우에 대해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2~3번 봐야 더욱 재밌는 영화     


 러닝타임이 104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의 영화이다그럼에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전체적인 짜임새사회 풍자적인 요소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감독이 장면 장면마다 숨겨놓은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당신은 탐정이다감독이 뿌려놓은 단서들을 수집하러 떠나보자아마 한 번 보는 걸로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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